[칼럼] 고향땅에 갇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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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나사렛은 예수님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엔 약 400여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마을 였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목수일을 하며 어머니와 형제들을 도우며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예수께선 요한에게 나이 30에 세례를 받고, 그와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preaching), 제자들을 가르치고 (teaching), 그리고 병자를 고치는 (healing) 공생애의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마4:23) 마치 레위인들이 나이30이 되어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시작하듯, 공교롭게도 예수님의 공생애의 시작도 그와 같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예수님의 새로와진 삶에 가장 당황하게 된것은 아마도 고향사람들 였던 것 같습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는 예수의 지혜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가 행하는 기적들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도대체 이 모든 것들을 그가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도무지 그들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써 그들은 자신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사람은 목수 아닌가? 마리아의 아들이요, 그는 우리가 알고있는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의 형제가 아닌가? 물론 그의 자매들도 우리가 다 아는 사이고?,…그들의 태도는 새로운 예수를 의심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 그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막6:1-4) 남의 집 밥그릇까지 셀 정도로 서로를 잘 아는 고향땅에선, 예수님은 선지자로도 혹은 메시야로도 보일 리 만무했던 것입니다.  고향은 소중한 곳이지만, 그곳에선 하나님 나라의 이상도, 영혼의 변화도, 어떠한 배움의 간절함도 그 모든 것을 잠재워 버린 무덤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간혹 한국인들처럼 고향을 중시하는 민족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명절때만 되면 고향을 향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납니다. 이민와서 일궈논 인생의 모든 보람을 뒤로 남긴 체 고향땅으로 돌아가 여생을 마치려는 분들도 이민사회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어머니 품같은 고향이 있음은 축복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고향때문에 우리의 눈과 귀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서로 “형님! 아우!” 부르다가 정작 바로 보아야할 정의로운 것을 보지 못하고, 보여도 보려하지 않고, 들려도 듣지 않으려는 맹목성을 가지게 됩니다. 고향땅에 갇힌 신앙은 빛좋은 개살구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전파한 “하나님 나라”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삼켜버릴 무서운 독선과 무지가 그안에 있기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흥미로운 사실중 하나는 일주일 중에 “주일/오전 /11시”만큼 인종분리의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주일마다 일어나는 이 신기한 현상은 흑인들은 흑인교회로, 히스패닉은 히스패닉 교회로, 백인들은 백인교회로, 아시안은 아시안 교회로,… 다 각각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마치 아무일도 없는 냥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앙인이라 하면서도 우리가 쌓아놓은 벽과 그어놓은 경계선도 그들에 못지 않은 것을 보게됩니다. 고향따라, 학교따라, 기수따라, 취미따라,…이렇게 수없이 다양한 바운더리안에 우리를 갇아 놓고, 우리의 신앙은 그저 장식에 불과 합니다. 고향땅에 갇힌 신앙이란 새로움보다는 옛날의 고정관념과 익숙함에 젖어 완고한 고집만 남은 자세입니다. 하나님은 새로움을 이뤄가시는 변화의 주님이신데, 그 변화의 과정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는 자세입니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곁에 찾아 오셔서 구원을 이뤄가시고자 하는데, 오히려 그 메시야를 향해 호통을 치고 있는 교만과 무지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모든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 곧 고향땅의 경계를 넘어, 하나님이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음성을 들려주셨다고 생각됩니다. 그가 가야했던 곳은 도전과 순종으로 걷는 믿음의 땅이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선 고향땅에서 가졌던 선입관도, 자만심도, 편견도, 불신도, 그 어느 하나도 자리 잡을 수 없는, 그래서 오직 순간 순간을 믿음의 눈과 귀를 가지고 걸어야만하는 새로운 땅이었던 것입니다. 고향땅에 갇힌 무지와 불신의 자세를 벗어버리고, 그 경계를 넘어 믿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성도들 되시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