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뇌와 교육-Part 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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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여섯째는 성장기동안 역경에 처해서 상처받았던 아이들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로서 건설적인 생각이요, 긍정적인 시각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폭력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지지를 못 받고 자랐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아로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게 될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특히, 부모와 교사가 먼저 아이들에게 가하는 쓸데없는 오명(stigma)을 삼가고, 어린이들이 너무 쉽게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사회전반에 걸쳐 인식을 개선하고 주의를 기울여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을 인용하자면, “미움이 크고 시끄러우면, 사랑은 더 크고 (때로는 요란스럽게) 아주 시끄러워야 한다.” 지속적인 관용으로 미움을 덮어야 그나마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법이다. 그러므로 항상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 따뜻한 사랑과 온화한 미소가 증오와 혐오를 월등할 수 있다는 신념을 따르자.

일곱째는 아이들을 곧바로 역경과 불행한 처지나 상황에서 구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상황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호전시키는 데에 더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물론 불행과 트라우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을 당장 역경이나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이것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이며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에 최선책은 아이가 다시 부모와의 관계를 ‘좋게’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아이가 다른 양육자나 보호자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동안 겪어 온 갖은 역경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을 딛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양육자와의 애착을 되찾고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자존감’과 ‘자아 통제력’을 회복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이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서 전문가적 치료와 정규적인 상담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아이를 당면한 역경과 위험하고 불행한 상황으로부터 격리시키고 구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아이가 양육자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면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학대와 방임에 노출될 경우, 이후 보다 공격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며, 스트레스성의 증상들로 고생할 확률은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받은 수많은 상처들로 인해서, 이미 정신과 마음이 상당히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즉, 정서 담당 영역인 대뇌피질의 변연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감정’을 제대로 통제할 수가 없다. 그 누가 자신의 마음 상태가 엉망인데, 남의 감정까지 살피고 이해하려 들겠는가? 남을 배려할 여지도, 배려하고 싶어하지도 않게 된다. 그저 자기 보호본능에만 의존할 뿐 그 무엇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일 경향이 크다. 사람이 고질적인 병을 앓든지 몸이 매우 아프든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지독한 트라우마로 상처를 받으면, 정서적으로 매우 민감해지고, 날카로운 성격에 마음까지 온통 메마르기 마련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절망감과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기가 죽고 용기를 잃고 마냥 움츠러들며, 학습 동기조차 잘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어른과의 애착 형성이 잘 안되면, 심하게 주눅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방치하다 보면 성격은 계속 삐뚤어지고 반감과 공격성은 커지는 반면에, 지식과 인지적인 사고망을 넓히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아의 정체성 확립에도 많은 어려움을 갖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주차장이나 길거리에서 동전을 주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행운의 페니(penny)’라는 말도 있듯이, 액수에 상관없이 그저 기분이 좋다! 이때 기분이 좋은 것은 공짜로 돈이 생겨서 이기도 하지만, 그저 쉽게 주어서 주머니에 넣으면 그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말을 인용하자면, ‘동전’을 지갑에 집어넣듯이 ‘지식’도 정신과 마음에 아주 쉽게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또 다음처럼 말했다. “당신 자신을 신뢰해야,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된다(As soon as you trust yourself, you will know how to live).” 어린아이 때부터 공포와 트라우마 속에서 헤매다 보면, 아이들은 자신도 남도 못 믿는다. 이런 불신임은 공감능력을 떨어뜨리고, 목적의식을 잃게 만들며, 학습능력에까지도 상당히 큰 지장을 주게 된다. 지식은 결코 길거리에서 주은 동전처럼 아무 생각이나 어려움 없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먼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편하고 기가 제대로 살도록 어른들이 나서서 힘써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의욕과 의지를 갖고, ‘심혈’을 기울여서 공부에 임하며, 각자의 ‘꿈날개’를 활짝 펴 나갈 수 있다. 즉 아이들의 인성과 지성이 함께 만개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