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 없이 사살 명령? “총참모장·정찰총국장 관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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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A(47)씨를 사살한 북한의 명령은 누가 내렸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과를 표명하면서 김 위원장에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판단하지만, 북한군 최고 수뇌부가 깊숙이 관여했을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천 총참모장과 림광일 정찰총국장이 이번 사건을 보고 받거나 사살 지시를 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고 밝혔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을 부인하면서 대위 혹은 소령급인 경비정 지휘관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현장 경비 부대가 상부의 승인에 따라 사격했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 당국은 다양한 정찰 자산으로 북한군 상부의 지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적어도 북한 해군 최고책임자인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개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사령관 이상의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 지휘계통을 봤을 때 해군사령관이 단독으로 지시를 하지 못한다”며 “북한군 지휘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박정천 총참모장과 림광일 정찰총국장이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박 총참모장이 김 위원장에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총격 지시 과정에서) 코로나19 경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최근 북한군 수뇌부 중 최고 계급인 차수로 승진하면서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군은 지휘계통상 윗선의 승인 없이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북한군은 총참모장이 모든 군령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해군사령관이 일선 부대를 지휘ㆍ통제하는 게 아니라 총잠모장이 직접 지휘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 상황이라도 북한군이 남측 민간인을 사살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일선 군인은 물론 해군사령관 급이어도 독단적 결정은 힘들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도 “북한군 체계상 평양의 군 지도부에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전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해상 경계 단속 과정상 실수이며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한 것은 군의 결정을 수습하려 직접 나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 통지문에서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언급한 것도 김 위원장에게 사전 보고됐을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읽힌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관계자들이 전했다.<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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