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로메오와 쥘리엣 (Declaration of Wa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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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내 친구는 코로나 검사를 세번이나 받았다. 두통에 오한이 나자 겁이 나서 한번, 미뤄왔던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려는데 병원측 요구로 한번,  첫손주를 보러 아들네 집에 가는데 아들 부부가 코로나 검사 받고 오래서 또 한번. 우리는 정말 디스토피아적인 뉴 노멀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쯤이면 이 불안하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프랑스 파리. ‘로메오’와 ‘쥘리엣’은 이름처럼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고 첫아들 ‘아담’이 태어나자 최고로 행복한 인생이다. 아담은 밤마다 몇번씩 깨어서 자지러지게 운다. 하루종일 먹고 먹고 나서는 다 토해 낸다. 로메오와 쥘리엣은 아담때문에 잠이 모자라고 늘 피곤하다. 둘 다 일하느라 번갈아가면서 아기를 돌보고 소아과 진찰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아담은 18개월이 되어도 걷지를 못하고 여전히 잘 토하고 밤에 자주 깬다. 아담을 봐주던 쥘리엣 엄마와 데이케어 직원은 아담의 머리가 한쪽으로 쏠리고 눈의 촛점이 불안정하다고 말해준다.  CT촬영과 MRI 검사를 통해 아담의 뇌에서 종양이 발견된다.  부부는 아담을 위해 최고의 의사를 찾는다. 삶의 목적을 오직 아들의 회복에 맞추고 다른 모든 것은 일단 정지에 들어간다. 쥘리엣의 부모, 로메오의 엄마와 엄마의 애인, 부부의 친구들 모두 두사람을 응원하고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아담의 수술날, 쥘리엣은 두 살도 안된 어린 아들에게 지금부터 겪게 될 일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한다. 수술은 성공하지만 아담의 종양이 희귀하고 악성으로 밝혀진다. 회복 가능성은 불투명하고 화학요법 치료와 골수이식, 감염 방지를 위해 격리 수용을 해야한다. 부부는 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투 태세에 들어간다. 아파트를 팔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담의 병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보호자 숙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매일 무균 까운을 입고 아들을 만난다. 온갖 검사와 주사와 약병과 의사, 병원 스탭들 속에서 지내면서 속수무책인 자신들의 무력함에 좌절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이 고달파진다. 지치고 피곤하니까 서로에게 짜증이 나고 화를 낸다. 로메오와 쥘리엣은 헤어지고 다시 합치고를 반복하면서 길고 힘든 싸움을 계속한다.

아담이 드디어 여덟살이 되었다. 아담의 주치의는 그동안의 치료를 통해 종양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해준다. 아담의 미래에 비로소 희망이 보인다. 로메오와 쥘리엣은 아들과 바다로 간다. 고통스러웠던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는다. 병과 싸워온 어린 아담의 천진하고 핼쑥한 얼굴이 아름답다. 현실에서 부부이고 아픈 자식을 둔 두 주인공이 만든 영화이다.  그들의 실제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이의 병보다 아픈 아이를 둘러 싼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해가는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자의 부모로서 의사를 신처럼 바라보는 절박함, 온갖 투약과 치료 과정에 대해 그저 따라야만 하는 불안감, 병원 스탭들의 한마디에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무력함. 치료가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가정 경제와 감정의 기복. 불치의 병을 선고받은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의 처절하고 절박한 투쟁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고 웃고 운다. 유머와 눈물이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다큐 느낌이 나는 사실적이고 힘있는 촬영, 아름답고도 슬픈 음악이 조화롭다. 2012년 프랑스 최고인 “세자르” 영화상에서 작품상 포함 주요 6개부문 수상 후보였고  2012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프랑스 출품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