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조직적 민간인 학살’ 정황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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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미얀마 경찰.<미얀마나우 캡처>

시위·테러 현장에서 “다 죽여라” 지시·구호 난무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진압부대, 사용구호 그대로

“뭐가 두렵지, 모두 쏴버려! 모두 죽여!”(시위 현장)

“우리 맘대로 할 수 있게 다 죽여버려.”(백색 테러 현장)

살인의 광기가 미얀마를 뒤덮고 있다. 동포를 향한 군부의 살육 명령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모두 다 죽이라”는 지시에 미얀마의 미래는 죽어가고 있다. 시민은 굴하지 않는다. 밤엔 촛불로, 낮엔 함성으로 침통과 참담과 공포만 가득한 거리를 살리고 있다.

7일 현지 매체와 세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에서 적어도 시민 38명이 숨진 3일 ‘수요일의 학살’ 현장에서 군부가 경찰에게 발포를 직접 명령하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진압 책임자인 군인이 경찰들에게 ‘왜 안 쏴? 모두 쏴 죽여’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몇몇 현지인도 한국일보에 “경찰이 명령에 따라 ‘무릎 쏴’ 자세로 조준 사격을 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전했다. 우발적인 시위 진압이 아닌 조직적인 민간인 학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군부 측 ‘백색 테러’ 현장에서도 “모두 죽이라”는 구호가 난무했다. 5일 미얀마 중부 지역에선 군부 지지자 25명이 “모두 죽여야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무리를 공격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모두 죽여”는 2017년 로힝야족 학살 당시 미얀마군이 사용했던 구호다. 더구나 최근 유혈 진압에 로힝야족 토벌로 악명을 떨친 부대가 동원됐다. 그 끔찍한 구호를 시민들을 향해 재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적어도 60명 가까이 희생됐다.

체포된 이들은 반죽음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에서 한나절 만에 풀려난 18세 소년은 목숨만 부지했을 정도로 온몸 30군데에 타박상을 입고, 머리는 만질 수도 없을 만큼 심하게 다쳤다. NLD 소속 인사가 모진 고문에 숨지기도 했다. 총부리로 때리고 군화로 걷어차는 건 기본, 군인들은 집단 구타와 거꾸로 매달기 등 온갖 고문을 일삼고 있다고 미얀마나우는 전했다. 적어도 1,700여명이 그런 처지에 놓였다.

군부의 야만은 희생자의 영면마저 해쳤다. 3일 군경의 총격으로 숨진 19세 태권 소녀 차이신의 무덤을 5일 사인 규명 명목으로 파헤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이다. 윗옷에 적힌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거야)’ 글귀, 시위 현장에서 보여준 용기, 시신 기증 등 평소 고인의 언행이 전 세계에 미얀마 사태를 절절이 고발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군부는 첫 희생자부터 실탄 사격을 부인하고 있다.

군부의 끔찍한 지시와 잔혹한 탄압을 피해 나라를 떠나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이웃 인도로 피신한 경찰관과 가족, 시민은 약 50명, 국경 대기 인원은 85명 이상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인도 정부에 경찰 8명의 송환을 요청했다.

대다수 시민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7일 양곤,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에선 수만명이 운집해 일요일 시위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날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선 차이신 등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총탄을 막기엔 역부족인 철판, 나무판자, 플라스틱 통 등으로 만든 수제 방패와 촛불이 ‘보이는’ 무기의 전부다. ‘보이지 않는’ 무기는 연대와 정의 그리고 희생자들이 생명과 바꾼 메시지. 한 청년은 “기꺼이 죽을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거리는 하나였다.<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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