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HVAC 수리와 교체,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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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겸 변호사(법무법인 시선)  

미국 상업건물 임대에 관련한 법률 케이스를 담당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각종 수리비 책임에 대한 분쟁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소재는 HVAC에 관한 것이다. HVAC은 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 System의 줄임말로, 상업건물 임대시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에게 가장 큰 비용이 소요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그 수리 및 교체의 의무에 관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법 혹은 부동산 임대법에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나와있다면 분쟁이 덜하겠지만, 안타깝게도 HVAC에 대한 분쟁은 양측이 체결한 임대계약서의 조항을 기준으로 각각의 케이스에 따라 다르게 판결되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고 그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상업용 임대계약서를 체결하기 전에 세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설치된 HVAC의 현재 상태이다. 아울러 HVAC의 연식, 그동안의 정기 점검 여부, 마지막 점검 날짜, 그리고 그에 대한 보증서 (Warranty)등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보증서가 있다면 세입자도 그 보증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보증서가 없다면 건물주가 자체적으로 1년 혹은 2년간 HVAC 수리 및 교체에 대한 보증책임을 해줄 수 있는지 요구해볼 수 있다. HVAC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시기가 오래되었다면,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에 건물주에게 HVAC를 점검하도록 요청하거나 직접 자체적으로 점검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형적인 상업용 임대계약서를 보면 HVAC에 관한 수리 및 교체에 대한 책임은 세입자가 지도록 되어있다. 실제로 건물 내에서 HVAC을 사용하는 주체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점검, 수리, 그리고 교체의 의무가 당연히 세입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있다. 특히나, 여름철 혹은 겨울철에 필요이상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기계수명 단축, 혹은 최소한의 정기적 관리를 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부품 손상 등, 세입자가 비지니스를 운영하면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생기는 수리비용은 당연히 세입자가 부담해야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건물에 고정되어있는 HVAC 시스템은 건물주의 소유물이며 임대기간이 끝난 후 세입자는 그 HVAC에 대한 어떠한 권리행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의 비용으로 이를 교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큰 상업 건물의 세입자는 HVAC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본인의 부주의와는 상관없는 제품 결함 혹은 자연 재해로 인한 수리 교체는 건물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여길 수 있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입장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임대 계약서의 다른 조건들(임대료와 임대 기간 등)을 협상하면서 HVAC에 대한 책임범위 역시 충분히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HVAC 수리에 대한 책임은 세입자가 지되 교체는 건물주의 비용으로 한다던지, 비용에 대한 세입자의 책임범위를 매달 혹은 매년 특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또는, 세입자가 한 관리 업체와 서비스 계약을 맺어 그 업체에게 정기적인 금액을 지불하며 정기점검을 행하고 이 서비스 범위를 벗어나는 수리 및 교체는 건물주가 책임지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만약 HVAC 수리뿐 아니라 교체에 대한 책임도 세입자가 지게 될 경우에는, 추후 실제 교체가 이루어졌을 때 세입자의 남은 임대 기간에 비례하여 일정 금액을 건물주가 돌려주도록 양측이 협상하는 것도 합리적이라 하겠다. 이는 교체 비용 부담 때문에 수명을 다한 HVAC를 임시방편적으로 계속 수리하는 것보다 양측 모두에게 더 이득이 되는 방향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