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갑질과 장자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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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대궐같은 부잣집 하나가 불에 타고 있었다. 이를 구경하던 아빠거지가 아들거지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단다. “아들아, 넌 이 아빠 덕분에 불이 날 집이 없는걸 다행으로 여기거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걱정도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고국의 어떤 재벌 가족은 그 많은 걱정을 자신들의 부하직원이나 상대적인 약자들에게 ‘갑질’로 풀어왔다. 큰 딸은 몇년전 자기 멋대로 비행기를 돌렸다. 승무원이 자신에게 땅콩포장지를 까지않고 줬다는게 그 이유였다. 소문에 의하면 이 딸은 다른 가족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한다. 엄마와 작은 딸이 이 회사 직원들에게 한 언행이 최근에 공개되었다. 듣고 있다보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이 든다. 이 가족은 자신들이 물려 받은 회사와 그 회사에 속한 모든 것이 다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엄마는 직원들을 동원해서 자기 집안일을 시켰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과 폭행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파견중인 직원들을 시켜 회장가족의 개인적인 물품을 사서 보내도록 시켰다. 그러면서 관세를 내지 않은 듯한 정황도 나온다. 이 가족은 아마도 지금 숨어서 이런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이 그나마 그렇게 난리를 쳐서 회사가 오늘날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이다.” 소수겠지만 그들 편에 서서 이런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있다. “자기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데 왜 남들이 간섭인가?” 작은 딸은 어렸을때 자기 오빠와 비행기 일등석에 타서 이런말을 했단다. “나중에 오빠 회사 될거니까 잘 봐둬.” 당시 이 말을 들은 기장은 분노를 꾹 참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미 알았나 보다. 장자(큰아들)상속의 원칙을 말이다.

오늘날 기업의 가장 흔한 형태는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소유권은 주식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식회사의 주인에 가장 가깝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세상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세금만 내면 누구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가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한마디로 자기 자식에게 자기 회사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능력이 없는 자식에게 회사의 경영권까지 넘겨주는 것은 어떤가? 주식회사의 주인을 주주라고 한다. 그런데 주식회사의 경영진을 결정하는 것도 주주다. 주주들이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갑질 가족들처럼 자신들이 최대주주인 경우에 스스로를 경영진으로 선임할 수있는 것이다.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가족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결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없다. 이런 경우, 주주들이 나서서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저 가족이 대주주이기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들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회사 직원들이 지금 가면을 쓰고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 가족의 눈에 잘못들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 게다가 고소까지 당하면 아주 골치 아프다. 저 가족은 마음에 안드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물론 고소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저 회사의 회장인 저집 아버지는 직원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해당 직원의 월급에서 물어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과 아내, 그리고 자기 자식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어떻게 물어낼 생각인가?

대한민국 재계 4위 기업인 LG의 구본무 회장이 최근에 운명했다. 그의 지분은 아들에게 상속될 것이라고 한다. 아들은 친아들이 아니다. 원래 하나 있던 친아들이 19세의 나이에 사고로 먼저 운명했다. 그러자 구본무 회장은 자기 남동생의 큰아들을 입양한다. 엘지그룹은 소위 ‘장자상속’을 고수해왔다고 알려진다. 구본무 회장도 6형제중에 큰아들이었다. 그래서 기업을 물려 받았다. 자기 아버지도 장남이었다. 그래서 물려 받았다. 구본무 회장은 친딸이 둘이나 있는데도, 장자상속의 원칙을 지키려고 자기 동생의 아들을 입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도 우리가 간여할 바가 아니다. 엄연히 사유재산의 권리를 국가가 보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주어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