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골디락스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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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금발의 소녀이름은 골디락스(Goldilocks)였다. 골디락스는 숲속에서 우연히 곰들이 사는 오두막을 발견한다. 마침 아빠곰과 엄마곰, 그리고 아기곰 세마리는 외출 중이었다. 골디락스는세마리 곰들이 사는 오두막에 들어간다. 그 곳에는 세마리 곰들이 먹으려고 준비해 놓은 스프가 세그릇 있었다. 아빠곰의 스프는 너무 뜨거웠다. 엄마곰의 스프는 너무나 차가웠다. 그런데 아기곰의 스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온도였다. 그래서 골디락스는 아기곰의 스프를 먹어치운다. 곰들의 오두막에는 의자도 세개가 있었는데, 세개의 의자 중에 아기곰의 의자가 가장 적당한 크기여서 골디락스는 그곳에 잠시 앉는다. 하지만 그녀가 앉자마자 아기곰의 의자는 부서지고 만다. 피곤해진 소녀는 2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간다. 그곳에서 소녀는 침대 세개를 발견한다. 아빠곰의 침대는 너무 딱딱했고, 엄마곰의 침대는 너무 부드러웠다. 역시 아기곰의 침대가 가장 적당해서 골디락스는 그곳에 누워 잠이 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외출했다가 돌아온 곰들이 소녀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골디락스는 잠에서 깨어나서 놀라 도망친다.

우리말로는 “곰 세마리”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이 이야기는 원래 “골디락스와 세마리 곰”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작가 로버트 서데이(Robert Southey)에 의해서 1837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진다. 골드(Gold)가 금이고, 락스(Locks)는 묶은 머리카락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골디락스는 황금색 머리를 가진 소녀를 뜻하는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이 이야기가 여러가지 분야의 학문에서 인용된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가진 아기곰의 스프처럼, 무엇이든 적당한 정도를 뜻하는 용어로 말이다.

인지과학이나 발달심리학에서 골디락스 원리로 알려진 현상은 특정한 수준의 아동들에게 너무나 복잡하지도 않고 너무나 단순하지도 않아서, 아동들이 참여하기에 딱 좋은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사건이나 문제들을 뜻한다. 진도가 조금 앞선 아동들에게 너무나 쉬운 문제를 주면 지루해 한다. 반대로 아직 준비가 덜 된 아동들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주면 학습자체에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주생물학에서는 “골디락스 존”이라고 해서 별에서부터 떨어진 거리가 적당해서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행성의 위치를 가리킨다. 별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한 행성은 뜨거워서 다 타버리게 되고, 별에서 너무 거리가 떨어져도 온도가 낮아 모든 것이 전부 얼어버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안에서도 수성이나 금성은 태양과 너무나 가깝고 목성이나 토성은 태양과 너무 멀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골디락스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상황, 즉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는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골디락스 경제라고 불릴만큼 이 소녀에게 푹빠져 있었다. 세계경제는 적당하게 성장면서도 물가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놀란 소녀는 도망쳐 버리게 되고 세계경제는 어려움 속으로 빠져든다.

골디락스는 또한 경영학에서는 제품 판매전략 용어로도 사용된다. 유통업자들은 상품 진열대에 대략 세종류의 상품을 진열해 놓는다. 가장 비싸고 질이 좋은 제품과 가장 싸지만 질이 조금 떨어지는 제품, 그리고 가격과 품질면에서 중간 정도 되는 제품이 그것들이다. 이렇게 세가지 제품을 진열해 놓는 것은 중간가격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대 가격을 “골디락스 가격”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양극단에 치우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제조업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에, 가격정책은 중간 정도를 목표로 하고, 기존 제품보다 살짝만 디자인을 예쁘게 하거나, 질을 조금만 올려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을 할 수있는 것이다.

길게 이야기 했지만 이미 2천년 전에 공자의 손자인 자사라는 사람은 “중용”에서 이 도를 전부 이야기 했다. 그는 이미 너무 모자라거나 너무 지나치지 말라고 이야기 한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런 것 같다. 너무 멀면 식어 버리고, 너무 가까우면 금방 타 없어진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렇게 선을 지켜야 오래 가는 것이다. 그래서 주말부부를 가리켜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