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그릿(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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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지인 한분이 어느날 Grit이라는 개념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그 분은 기성세대로서 우리의 자녀나 후배 세대들에게 무엇인가 정신적인 자산을 물려줘야 할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 분은 Grit이라는 개념을 후배 세대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 분의 말에 따르면 ‘그릿(Grit)’은 우리 말로 ‘끈기’나 ‘투지’ 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꼭 그 단어와 완전히 같은 의미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딸에게 물었다. Grit이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딸은 학교 식당에서 Grits을 먹어 봤단다. 옥수수를 갈아만든 가루를 Grits라고 부른다. 어젯밤 오하이오에 출장을 와서 하룻밤 묵은 호텔에서 오늘 아침에 조식뷔페를 먹는데 Grits가 있었다. 재빨리 한접시를 챙겨서 먹었다. 고소한게 우유맛이 났다. 그릿을 한그릇 먹고 이 글을 쓴다.

 

안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때문에 유명해진 개념이 바로 Grit이다. 그녀는 현재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다. 교수가 되기 전에 공립학교 선생님이었던 그녀는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의 차이가 단순히 IQ 차이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 재능이나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찾아내고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한다.

 

그녀는 먼저 미국의 육군 사관학교인 웨스트 포인트로 찾아갔다. 이곳은 소위 전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 장교를 양성하는 최고의 엘리트 군사 훈련 기관이다. 웨스트 포인트에는 매년 1만 4천여명 가량이 입학지원을 한다. 그런데 그중에 10분의 1도 안되는 1,200명 만이 최종 합격한다. 그런데 매년 이 곳에 최종 합격한 1,200명중에 200명이 넘는 후보생들이 1학년 여름에 받는 훈련 기간 동안에 자퇴를 한다고 알려져있다. 합격생들이 1학년 여름에 7주간 받는 이 훈련을 “비스트”라고 부른다는데 아마도 괴물처럼 어려운 훈련이라 이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안젤라 더크워스는 이 혹독한 훈련인 비스트를 이겨낸 사관학교 학생들에게 주목했다. 과연 어떤 합격자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비스트를 통과하는지를 눈여겨 본 것이다. 그녀의 연구결과,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의 비율은 입학성적과는 관계가 없었다. 또한  IQ와도 관계가 없었다. 그녀가 찾아낸 바에 따르면 중도 포기율은 Grit과 가장 상관 관계가 깊었다. Grit이 높은 사람들 일수록 중도 포기확률이 월등히 낮았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분야에 상관없이 자기 영역에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의지를 보였는데, 이러한 의지는 두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우선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두번째,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고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안젤라 더크워스는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를 그릿(Grit)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Grit을 어떻게 높일 수있을까? 그녀의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된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그녀의 6분짜리 TED 강의였다. 그녀가 이 비디오를 찍을 때만해도 그녀는 Grit을 키우는 방법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고, 그녀는 여러가지 기회들을 놓쳐 버렸다. 급기야 훗날 그녀는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Grit을 키우는 방법들을 발견한다. 그녀가 추천하는 Grit을 키우는 방법들은 다음의 네가지다.

 

그녀는 우선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좇으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좇으라’고 말을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까?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과 직업이 일치할 때 훨씬 만족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일을 해야 성과가 올라가는 것이다. 두번째, 단순히 어떤 일을 오래 하지말고, 의식을 가지고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자토백이라는 마라토너가 연습할 때 타이어를 허리에 메고 뛰다가, 실제 경기에 출전해서는 타이어 없이 훨훨 날아다니며 금메달을 따듯이 의식을 하고 맞춤형 연습을 하라는 말이다. 세번째는 보다 높은 목적의식을 가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것과 같은 숭고한 목적의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한다. 소위 역경을 기회로 삼는 불굴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