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금이냐 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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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리오에는 리오가 없다. 우리가 ‘리오 데 자네이로(Rio de Janeiro)’라고 부르는 곳을 현지인들은 ‘히오 데 자네이로’라고 부른다. 리오는 브라질의 항구도시다. 브라질은 포루투갈어를 사용한다. 포르투갈어로 ‘R’은 ‘H’로 발음한단다. 그러고 보니 포르투갈의 축구선수 ‘Ronaldo’도 ‘호나우도’라고 읽는다. 브라질 외에 남미의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를 쓴다. 1500년대에 스페인이 남미의 대부분을 점령했기때문이다. 스페인이 남미에서 원했던 것은 금이었다. 콜럼버스도 금을 찾아 신대륙으로 떠난 것이다. 콜럼버스에 이어 스페인의 피사로는 군대를 이끌고 잉카제국에 쳐들어 간다. 그의 군대는 오직 168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총과 철기로 무장했다. 잉카의 군대는 8만이 넘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기는 돌과 청동이었다. 피사로는 1532년에 잉카의 왕을 볼모로 잡는다. 왕은 자신의 몸값으로 세로 7미터, 가로 6미터의 방을 금으로 가득 채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잉카 전지역에서 금이 모인다. 이때 모인 금이 5톤이다. 당시 유럽에서 1년동안 생산한 금보다 많다.

당시에, 한 나라의 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금과 은의 양’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중상주의자’라고 부른다. ‘중상’이란 상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들은 ‘화폐’와 ‘상업’의 발달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자기 나라의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로부터 부를 가져와야 한다고 믿었다. 다른 나라에서 부를 가져 오는 방법은 두가지다. 자기들이 만든 물건을 외국에 비싸게 파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서 뺏어 올 수도 있다. 16세기부터 18세기 유럽에서는 중상주의가 꽃을 피운다. 중상주의라는 꽃은 무역과 전쟁이라는 두가지 영양분을 먹고 자랐다. 자본주의국가에서 제일 처음 나타난 경제정책이 바로 이 중상주의다. 중상주의는 강력한 정부의 개입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각국 정부는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던 금과 은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제에 깊숙히 개입했다. 스페인에서는 정부의 허가없이 금이나 은을 해외로 반출하면 사형이었다. 정부는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장려했다. 군수산업과 같이 중요한 기간산업은 정부가 직접 경영하거나, 몇몇 기업가에게 독점권을 주었다. 이러다보니 정치와 경제가 유착되고, 소수 재벌 중심의 경제가 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같지 않은가? 그렇다. 대한민국이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사용한 경제 모델이 바로 중상주의 모델이다. 중상주의는 수출 지상주의다. 정부가 외환을 통제하고, 각종 인허가제도로 경제를 통제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신중상주의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관세를 높여 수입을 막겠다고 한다. 세금을 낮춰 해외로 나간 자국기업들을 불러들인다. 또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줄인다.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정부 개입을 주장한다. 중상주의를 많이 닮았다.

오늘날 국가의 부를 정하는 기준은 더이상 금 보유량이 아니다. 한 나라의 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량(GDP)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말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2위는 독일이다. 3위는 국가는 아니지만 IMF, 즉 세계은행이다. 4위는 이탈리아다. 그런데 미국이 가진 금의 양은 2위인 독일과 3위인 IMF, 그리고 4위인 이탈리아가 가진 금을 전부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엄청난 양이다. 그 뒤는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차지한다. 국가의 금 보유량과 잘 사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중상주의 정책을 쓰는 동안, 상업이 아니라 농업이 국가발전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농업을 중요시한다고해서 이 사람들을 ‘중농주의자’라고 부른다. 중농주의자들은 1700년대 후반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상업이 아니라 농업이 중요하다고 봤다. 금이 아니라, 땅이 가장 중요한 국부의 원천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중농주의는 학문적인 성과만을 나타냈지 실제로 현실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했다. 중상주의와 중농주의가 대립할 때 자본주의의 본질을 처음으로 꿰뚫은 학자가 있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다. 그는 ‘국부론’이라는 책을 썼다. 한 나라의 부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서술한 책이 ‘국부론’이다. 그는 이 책에서 나라의 부를 결정하는 것은 금도 아니고 땅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국부의 원천은 노동력이고 국부를 증가 시키는 것은 분업에 의한 노동력의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에 가장 가까운 대답을 최초로 펼친 그를 그래서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