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남의 구슬을 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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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영국의 한 소프트 웨어 개발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던 한 유능한 직원이 있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12만 파운드 이상 고액의 연봉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 회사의 감사팀이 이상한 사실을 발견한다. 이 회사의 감사팀에서 이 직원의 인터넷 접속기록들을 살펴 보니, 이 직원은 평소 근무 시간에 늘 페이스 북이나 뉴스를 보고 이것저것 잡다한 개인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직원은 회사가 시킨 소프트 웨어 개발을 언제 하는 것이었을까?

이 회사의 감사팀에서 발견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 직원은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맡기면  자신이 맡은 일을 인도나 중국에 있는 아웃소싱 회사에 의뢰를 했다. 중국이나 인도의 아웃소싱 회사들에는 값싸고 뛰어난 인력들이 많이 있었기에 이 직원이 의뢰한 업무를 아주 싼 값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했던 것이었다. 이 직원은 연간 대략 2만파운드 정도의 싼 값에 자신의 업무들을 외부에 모두 맡겨 왔던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12만 파운드의 연봉을 받았으니 자신은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매년 10만 파운드를 남겨왔던 것이다.

게다가 이 직원은 이 회사에 다니면서 동시에 다른 소프트 웨어 회사와도 계약을 맺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된다. 프리랜서로서 맡은 일도 그는 역시 중국이나 인도에 있는 아웃소싱 회사에 의뢰했고, 자신은 수수료 차익을 받아 쥐었던 것이다.

이 직원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정규직원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 이 회사에서는 결국 해고되었다. 하지만, 그가 만일 자신이 고용된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면, 그가 한 일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회사나 개인들이 이 직원이 했던 것처럼 자신이 맡은 일을 더 싼 가격에 남을 시키고 자신은 중개 수수료를 차지 한다.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회사들을 좀 들여다 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택시 회사인 우버(Uber)는 정작 택시를 한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모두 택시 기사들이 자신들의 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우버는 승객과 택시를 연결만 해준다.

요즘 온라인에 가장 많은 뉴스와 새로운 소식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페이스 북(Facebook)은 정작 자신들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자신들은 하나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모두 사이트의 이용자들이 매일매일 만들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유투브는 어떤가? 사용자들이 내용을 찍어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이 그것을 보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Alibaba)는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파는 상품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들은 상품을 중개만 하는 것이다.

블락 버스터를 누르고 미국 최대의 비디오 산업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Netflix)는 영화관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용자들이 영화를 집에서 텔레비젼으로 보든지, 전화기로 본다. 최근에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 넷플릭스는 영화사로부터 영화를 구매해서 회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만 했다.

한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컴퓨터를 판매했던 델(Dell)은 매장이 없다. 구매자들이 온라인으로 컴퓨터를 주문하면,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부품들을 창고에서 조립해서 바로 배달을 한다. 휴가철에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숙박하기 위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 (Airbnb)는 또 어떤가? 이회사는 숙박시설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회사 역시 빈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그 집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비지니스를 선도하는 새로운 기업들은 어찌 보면 영국의 저 소프트 회사 직원이 했던 것처럼 모두 중개업무를 해서 강자가 된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많은 고객들은 미국 물건을 한국에 공급하든지, 한국의 물건을 미국에 공급하면서 중개인 역할을 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오늘날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직종은 중개업무라고 한다.  중개업무는 부동산 중개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신흥 대기업들은 모두 소유보다는 ‘공동으로 사용’ 한다는 새로운 시대의 개념을 잘 반영하여 남이 가진 구슬을 꿰는 회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