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당신을 지켜 보는 Big Br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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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미국의 한 할인매장에서 각종 출산용품과 육아용품을 홍보하는 광고 전단지를 어떤 여고생에게 배달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고생의 아버지는 해당 업체에 찾아와 크게 항의를 한다. “아직 어린 여고생에게 지금 임신을 하라고 부추기는거요 뭐요?” 미국에서 월마트에 이어 두번째로 큰 할인매장인 타겟(Target)의 미네아폴리스 근처 매장에서 몇년 전에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여고생의 아버지는 매장의 매니저를 만날 것을 요구했다. 영문을 잘 몰라 어리둥절하던 매니저는 여고생의 아버지가 들고 온 전단지를 살펴본다. 전단지에 찍혀있는 수신인은 따지러 온 남자의 딸이름이 분명했다. 게다가 여고생에게 보낸 광고지에는 임신복과 아기 침대같은 상품사진과 환하게 웃고있는 아기 사진이 찍혀 있는 것이었다. 매니저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타겟에서는 모든 고객들에게 ‘고유번호’를 주고 이 고유번호와 해당 고객의 신용카드, 이메일 주소를 함께 묶는다. 그리고 해당 고객이 타겟에서 소비를 할 때마다 이 고객의 소비행위와 관련된 데이타를 자동으로 기록한다. 타겟에서는 이런식으로 고객들의 행동을 데이타로 만든 후에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고객들끼리 분류를 한다.

타겟이 ‘예비출산고객’ 으로 분류한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보면 대충 이런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먼저 임신 4개월쯤 되는 여성들은 향기가 없는 로션을 엄청나게 많이 산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5개월 째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칼슘이나 마그네슘, 아연과 같은 무기질 영양소들이 함유된 영양보조제들을 사기 시작한다고 한다. 또한 평소에는 많이 사지 않던 향기없는 비누와 수건들을 대량 구입하기 시작하고, 약솜 뭉치까지 사들인다면 임신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타겟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출산예정일 별로 분류한다. 그리고 출산예정일별로 그들의 임신 기간을 예상해서 임신 기간 별로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찍은 팜플렛을 제작해 그들에게 보내왔던 것이다.

타겟의 정보분석팀에서는 저 여고생의 소비행동을 관찰한 뒤에 그녀가 곧 출산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출산관련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타겟의 매니저는 그녀의 아버지가 방문한 날로부터 몇일 후에 여고생의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다시 한번 사과를 하기위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여고생의 아버지로부터 사과를 받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딸 아이랑 대화를 좀 해봤습니다. 이 집안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딸아이는 임신한게 맞았고 금년 8월에 분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타겟의 마케팅 전략은 수정된다. 타겟은 출산예정 고객들 중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이 있은 뒤부터 타겟은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소위 ‘출산점수’가 높은 고객들이라고 할지라도 아예 대놓고 출산용품이나 육아용품만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예를들어, 출산용품 사진들 사이사이에 주방용품이나 잔디깎는 기계를 홍보하는 사진과 같이 출산용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품들을 슬쩍 끼워 넣어서 보내는 것이다. 이런 전단지를 받은 사람들은 옆집이나 앞집도 자신과 같은 전단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에서는 2008년부터 ‘구글 독감 동향(Google Flu Trends)’이라는 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독감과 연관된 단어들을 많이 검색하면, 그 지역에는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서비스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실제로 미국의 질병 통제예방센터의 발표보다 2주나 먼저 특정 지역에서 독감이 유행할 것을 예측했다고 한다. 이 서비스는 2013년에 예상이 크게 빗나가 지금은 없어진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말이다. 몇년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도심 주차장에서 여성 2인조 자동차 절도범이 체포된 적이 있다. 경찰은 ‘그 장소에서 그날 그 시각에 차량 절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예측을 보고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세상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하는 독재자, 빅브러더가 나온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선택하도록 조종당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