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돈냄새 나는 사람 vs. 향기가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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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나와 함께 있던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나에게 잠깐 실례를 구한다. 그리고는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은 간단히 상대방의 용건을 듣고 끊는다. 또 다른 대부분은 전화를 건 상대방에게 지금 자신이 미팅중이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런데 드물지만 가끔은 이런 경우도 있다.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전화를 빨리 끊으려고 한다. 하지만 전화를 건 상대방은 끊지 않는다.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중에는 이럴때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거의 듣지 않는다. 건성으로 대답만 ‘예, 예’ 하고있는 것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말이다. 이런 통화의 특징은 세가지다. 첫째,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상대방의 전화를 받기는 받아야만 한다. 그가 나와함께 있는 사람의 상사이든, 중요한 고객이든 그 분의 전화를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둘째,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일 때가 많다. 그리고 세번째로,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지금,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다시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같이 있던 누군가가 이런 통화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결심한다. 나는 수화기 너머의 저런 사람은 제발 되지 말자고 말이다. 하지만 나도 요즘에는 가족이나 직원들에게 자꾸 저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자꾸 반복하는 사람 말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많은 고객들이 찾아 온다. 대부분 고객들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오랜만에 그 분들과 인사도 하고, 보너스로 그분들께 수수료도 받는다. 일년동안 돈을 많이 번 분도 있고, 사업에 실패한 분도 있다. 성공한 분들에게 사업에 얽힌 무용담을 듣는 것도 즐겁고, 실패한 분들에게 가슴 아픈 교훈을 듣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떤 분들과의 만남은 특히 더 기다려진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좋은 에너지를 얻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분들과 함께 있을 때는 꼭 연인과 함께 있는 것처럼 오래 같이 있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어떤 분들이 이런 분들일까. 먼저 이런 분들은 늘 환하게 웃고 나를 믿어 주는 분들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자기 이야기만 계속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신다. 이런 분들의 몸에서는 마치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려드리고 싶다. 어떻게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도 남들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이런 분들의 특징을 잘 새겨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몸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고, 남의 말을 잘 들어 주고, 겸손하면서도,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하고 싶고 좋은 향기가 나는 분들이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은 아니다. 재정적으로 성공한 분들은 차라리 자기 이야기만 계속 하시는 분들일 가능성이 더 많다. 그리고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작년에 하셨던 말씀이나 이미 했던 말을 또 하신다. 전화기 너머의 그 분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일을 여러번 강조하셔서 돈을 많이 버신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남들에게 미움을 받으시면서도 굴하지 않는 집념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셨을 수도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노년에 친구들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사줄 수있는 여유있는 사람이 되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두가지 중에 하나만을 꼭 택해야만 한다면, 돈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은 좀 부족해도 여유가 있고, 웃음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늘 환영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