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동네 대리점들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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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20년전만 해도 서울의 동네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주택가에서 조금만 나와서 상가가 시작되는 곳의 길목 좋은 모퉁이에는 삼성전자나 금성전자의 대리점들이 꼭 하나 둘씩 있었다. 그곳에서는 냉장고,세탁기, 선풍기, 텔레비젼은 물론 카세트 라디오같은 것들도 팔았다. 가전제품 대리점들은 소형 트럭도 가지고 있었고, 젊은 장정들도 몇이 있어서 가정으로 전자 제품들을 직접 배달도 해줬다. 얼마 전에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께 라디오를 하나 사드리려고 서울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찾아 본 적이 있다. 20년전 생각만하고 주택가 근처에서 가전제품을 팔만한 대리점을 찾아봤다. 그런데 예전에 가전제품 대리점이 있을만한 장소에는 여지없이 스마트폰을 파는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에는 요즘 중소규모의 동네 가전제품 대리점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동네에서는 스마트폰만 파는 것같았다. 대신에 몇몇 초대형 가전제품 매장들이 생겨났다.

도심 한폭판에 있는 대형 가전제품 매장에 찾아가봤다. 소형 라디오를 사려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그런 제품은 없는 것같았다. 그 곳에는 온통 노트북과 컴퓨터, 게임기만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이 ‘드론’이었다. 요즘 서울에는 드론을 파는 매장이 아주 많아졌다. 소형라디오는 없다는 매장 직원의 설득에도 굴하지 않고 30분도 넘게 찾아 헤매다가 정말 아무도 가지 않을만한 저 구석에서 소형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다. 라디오 이름은 ‘효도 라디오’였다. ‘이런 소형 라디오는 노인들만 찾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기야 요즘 누가 음악을 라디오로 듣나?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음악을 들을 수있는 세상이 아닌가?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전화기는 스마트 폰이 아니어서 라디오를 사드리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젊은 조카들에게 했더니 요즘 전자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누가 매장에 가서 사느냐고 되묻는다. 이제 나도 구세대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무거운 감정을 뒤로하고, 갑자기 일본의 전자 제품 회사들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만해도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라고 하면 유명했다. 텔레비젼을 비롯해서, 비디오나 카세트 라디오라든지 최상의 전자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텔레비젼이 지배하던 1970년대에서, 소형 컴퓨터를 집집마다 갖게되기 시작한 1990년대를 지나 이제 스마트 폰이 없으면 살 수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시기동안 변화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과 달리 일본의 전자 회사들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본에서 19세기에 최초로 백열등을 생산했고, 1960년 일본 최초로 컬러 TV를 발매했던 도시바는 1985년에는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2015년 5월 도시바는 3년간 분식회계로 인해 이익이 고의적으로 엄청나게 부풀려졌다고 발표한다.

2017년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을 분사하고 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한다.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금년중 매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2017년11월 14일 도시바는TV 사업에서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TV 부문 자회사의 주식 95%를 중국 가전 업체 하이센스에 매각한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현재 기업해체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있다. 텔레비젼이 최고의 전자제품이던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텔레비젼과 비디오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올렸던 회사가 마쓰시다 전기(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의 역대 최고 전성기는 비디오재생기가 엄청나게 팔렸던 1984년이다. 하지만, 그후 이렇다할 기술개발을 못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최근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협력해 자동차 카메라 센서와 초음파 센서에 뛰어들었다. 차량용 배터리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사업으로 회사의 주력산업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한때 워크맨으로 젊은이들의 양손을 자유롭게 해줬던 소니는 1980년대 자신들이 만든 비디오인 베타맥스가 시장에서 VHS 에 밀리면서 고전한다. 게다가 기술개발보다는 경영진의 사내 다툼으로 2000년대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현재 소니는 스마트 폰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 시장을 지배 하고 있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는 애플 아이폰에 납품되고 있는데, 2016년 세계시장에서 44.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및 프리미엄 TV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죽었던 소니가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동네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는 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스마트 폰을 팔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