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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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바나나 리퍼블릭하면 유명한 의류 브랜드가 떠오른다. 이 회사는 원래 1978년에 만들어 졌다. 하지만 장사가 잘 안됐다. 그래서 5년후인 1983년에 갭(GAP)이라는 의류회사가 사들인다. 갭이 인수하고나서 바나나 리퍼블릭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브랜드 매장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있다. 현재 전세계에 500여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성공으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아주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다. 바나나 리퍼블릭을 우리말로 옮기면 바나나 공화국이 된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은 슬픈 유래를 갖고 있다. 맨처음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작가 오 헨리(O. Henry)다. 그는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다. 그는 자신의 소설 ‘양배추와 임금님(Cabbages and Kings)’에서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다.

오 헨리는 원래 은행직원이었다. 젊었을때 그는 자신이 일하던 은행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지명수배가 된다. 그때 그는 외국으로 도망을 친다. 그가 도망친 나라가 온두라스다. 그는 이곳에서 6개월간 숨어지낸다. 그러면서 바나나 리퍼플릭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와 같은 국가들을 보면서 이 단어를 생각해 낸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나라를 가리킨다. 특히 바나나 또는 광물과 같이 제한된 한두가지 물품을 수출하면서 선진국의 몇몇 회사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후진국을 뜻한다. 이런 나라의 국민들은 대개 독재 권력의 지배를 받는다. 이들 독재권력은 자국민을 우습게 여긴다. 오히려 자기 국가에서 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는 외국 회사의 이익에 더 충실한다. 이런 회사들이 독재권력의 돈줄이기때문이다. 이런 외국회사 중에 대표적인 것이 UFC(United Fruit Company)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의 독점기업이다.

UFC는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바나나 학살’과 깊은 관계가 있다. 바나나 학살은 콜롬비아 북부의 바나나 농장 밀집지역인 시에나가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1928년 콜롬비아 정부군은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에게 기관총을 쏜다. 2천명이 죽었다고도 하고 3천명이 죽었다고도 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처음에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사망자는 46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무도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콜롬비아에서 바나나 학살이 일어난 원인은 UFC의 노동착취 탓이다. 당시에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던 일꾼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시위중이었다. 그들의 요구는 크게 세가지였다. 하루 8시간 노동과 주 6일 근무, 그리고 급여를 현찰로 달라는 것이었다. 노동 시간은 그렇다치자. 그들은 급여를 무엇으로 받았기에 현금을 요구했을까? 그들이 급여 대신 받았던 것은 쿠폰이었다. 이 쿠폰으로는 미국산 햄이나 농작물밖에 살 수없었다. 당시에 미국으로 바나나를 실어 나르던 배들은 미국에서 돌아 올 때는 빈배로 와야했다. 이것이 낭비라고 생각했던 미국 기업들은 바나나를 미국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배 안에 미국산 제품들을 싣고 왔다. 그리고는 그 제품들을 바나나 공화국에 사는 농장 노동자들에게 임금대신에 지불했던 것이다. 당시 UFC는 파업이 계속되면 농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겠다고 콜롬비아 정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를 두려워한 정부가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총구를 겨누어 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3월 23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유럽과 한국, 일본, 브라질 등 소위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미국과 막바지 협상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캐나다, 멕시코와 호주만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많은 전쟁이 처음에는 무역전쟁에서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어쩌면 전세계에 먼저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벌써부터 유럽연합(EU)은 자신들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나나는 씨가 없는 식물이다. 그러다 보니 품종개량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병충해에 아주 약하단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국가나 교류하지 않고 홀로 살 수는 없다. 최근까지 전세계는 자유무역이라는 흐름속에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 속에서 자유무역에 반기를 들고있는 것이다. 과연 그는 바나나 리퍼블릭의 슬픈 역사와 미국이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에 행했던 일들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