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소득주도 성장론과 분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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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단어를 최근에야 처음 들어봤다. 경제학 교과서에 실린 용어는 아니다.  최소한 내가 공부할 때는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란다. 한국의 바로 직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를 주창했다. 하지만 당시에 이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창조 경제가 한창 유행하던 2013년 당시 이런 유머가 있었다.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세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 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속마음’ 이다.’ 아마 이 세가지는 세사람 본인들도 몰랐을 것이다. 누군가 참신한 사업아이템을 개발하면 ‘이것이 바로 창조 경제’ 라고들 떠들었다. ‘창조 경제’는 그때그때 부르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표현하는 것같았다. 당시에 정부에서 주장했던 ‘창조 경제’의 정의는 대략 이랬다. ‘창조 경제는 기존의 모방,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나 미래를 선도하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이 말을 들으면 더 모르겠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고국의 정부는 이 ‘창조 경제’를 홍보하느라고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썼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세상에 ‘창조 경제’를 이야기 하는 사람은 더이상 없다. 한국은 영양제도 유행따라 먹는 나라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다. 이제 창조 경제의 뒷자리를 이은 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어찌보면 ‘낙수 효과’와 정반대가 되는 개념이다. 낙수효과를 살펴보려면 머릿속으로 세가지 층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맨위에 대기업을 놓는다. 그리고 그 아래에 중소기업을 놓는다. 그리고 맨아래에 자영업자와 임금 노동자를 위치 시킨다. 낙수효과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같이, 대기업이 먼저 투자를 시작하면 그 아래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투자를 시작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렇게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의 소득이 올라간다. 위에서 시작되어 떨어진 물이 아래에까지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것을 ‘낙수효과’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과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론’이다. 정부의 주도하에 먼저 맨아래에 있는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준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서 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별 소비자의 소득이 올라가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난다. 그러면 수요가 늘어나니 기업들이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린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다시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아래에서 시작된 흐름이 위아래로 아주 보기 좋게 돌아가는 순환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분수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래에 물 한방울씩을 모아서 위로 뿌려 혜택이 전체적으로 뿌려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원래 외국에서는 ‘임금주도 성장론’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에는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높다보니 ‘임금’이라는 말대신에 ‘소득’이라는 말로 바꿔서 부르게 된 것이다.

낙수효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낙수효과의 혜택은 대기업들에게만 돌아가고 실제로 노동자들에게까지 떨어지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소위 빈익빈 부익부만 가속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분수효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은 이익율이 낮아져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기 좋게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란 것이 아예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한국정부는 주로 ‘분배’보다는 ‘성장’에 역점을 두었다. 나라가 가난하다보니 대기업에 특혜를 주면서라도 국가경제를 ‘성장’시켜야 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성장보다는 ‘공평한 분배’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어쩌면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단어에 더 끌렸는 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성장을 뒤로한 채 분배에만 신경을 쓰리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성장’도 중요시 한다는 주장을 할 수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래서 어쩌면 낙수효과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분수효과는 조금 억지스러워 보인다. 아니 최소한 힘에 겨워 보인다. 단순한 말장난일수도 있다. 우리가 만든 가상의 층의 순서를 바꾸어, 노동자를 맨위에 올려 놓고 대기업을 맨아래에 놓으면 낙수가 분수가 되고 분수가 낙수가 될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상황을 놓고보면 분수효과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가 않다. 자연의 법칙도 승자 독식이다. 경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평한 분배에 신경을 쓰면서 시장에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