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어떤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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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2004년 여름, 미국 실리콘 밸리 근처의 고속도로에는 광고판이 몇개 세워진다. 이 광고는 다른 광고와는 달리 예쁜 미녀의 얼굴도 없었고, 멋진 미남의 모습도 전혀 없었다. 대신에 흰 바탕에 검정색으로 이런 글씨만 적혀있었다. {first 10-digit prime found in consecutive digits of e}.com. 이게 도대체 뭔가. 아마도 내가 이 광고를 보았다면 십중팔구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혹은 광고를 낸 사람을 괘씸해 했을 수도 있다. 광고란 그 광고를 보는 사람을 존중하고 자기 상품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물건이 팔릴까 말까한 것이다. 그런데 알아듣지도 못할 어려운 수학문제같은 내용을 그 비싸다는 실리콘밸리 한가운데 고속도로 광고판에 올렸다. 그것도 여러개를 말이다. 이쯤되면 광고주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저 광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 괄호안 마지막에 필기체로 쓰여있는 e는 ‘오일러 수’를 의미한다. 오일러 수는 오일러라는 수학자가 개발한 수로 알려져있다. 우리가 수학시간에 배웠던 로그함수와 비슷한 것이란다. 오일러라는 수학자는 30대 초반에 시각을 잃어 인생의 아주 오랜 기간 앞을 보지 못하면서 살았다. 그럼에도 오일러 공식이나 오일러 수와같이 자신의 이름이 붙을만큼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긴 수학자다. 그가 개발한 오일러 수에 따라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계산기나 손으로는 풀 수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짤 수있어야만 한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나도 저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는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짜서 저 문제를 풀었다. 그 답이 7427466391이라고 한다. 저 광고판에는 문제의 답 뒤에 ‘.com’ 을 붙이라고 되어있다. 숫자로 된 웹사이트 주소인 것이다. 저 문제를 푼 사람들은 7427466391.com이라는 인터넷 주소로 가 보았을 것이다. 나도 가봤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8월 말 현재 이 사이트는 없어졌다. 그러나 2004년 여름 저 광고가 나갔을 무렵에 저 사이트에 접속하면 ‘Congratulations!’ 이라는 축하 메세지가 떴다. 그리고 이 사이트에서는 또 다른 웹사이트 주소 하나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곳에 가서 로그인을 할 사용자의 아이디까지 준다. 하지만 패스워드는 알려주지 않았다. 패스워드를 알아내고 싶으면 수학문제 하나를 더 풀어야만 한다.

이쯤되면 보물찾기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에 계속해서 두번째 문제를 푼 사람들이 있었다. 두번째 문제까지 풀어서 패스워드를 알아낸 사람들이 새로운 사이트에 접속하여 로그인을 하면 어떤 회사의 채용사이트에 연결이 된다. 그리고 그 채용사이트에서는 접속한 사람의 이력서를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 사이트까지 접속해서 자신의 이력서를 보낸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면접만 보고 그 회사가 채용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바로 구글이다.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취업을 원했던 가장 전망있는 회사였던 것이다.

구글은 이 광고로 최소한 두가지를 얻었다. 우선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진취적인 젊은이들을 채용하는 회사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두번째로는 실제로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게 된 것이다. 광고판에 나타난대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채용이 된 사람들은 아무런 사심없이 그저 호기심에 이끌려 구글이라는 대기업에 채용이 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구글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력이었던 것이다. 구글은 창의적인 광고 하나로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 원하는 인력도 충원하는 소위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