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영화 주인공 같은 수학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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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헌팅’은 어렸을 때 자신을 때린 녀석을 스무살 청년이 되어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헌팅은 그녀석을 신나게 두들겨 패준다. 하지만 곧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재판을 받을 때 헌팅은 유명한 판례들을 인용하면서 스스로를 변호한다. 그는 사고뭉치에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대학교 청소부다. 그가 청소를 하는 대학은 MIT였다. MIT는 하바드대학과 아주 가까이에 있는 보스톤의 명문대학이다. 그는 하바드의 여학생을 사귀려고 친구들과 하바드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간다. 거기서 그의 친구들은 하바드여학생들에게 자신들도 하바드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색에 의심을 품은 진짜 하바드 남학생 하나가 헌팅과 그의 친구들에게 다가 온다. 그리고 헌팅과 그의 친구들에게 현학적인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해 헌팅은 오히려 이 진짜 하바드 대학생이 인용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책의 페이지까지 알려주면서, 따끔하게 충고를 한다. 남의 책에 있는 이야기를 자기 생각처럼 이야기 하지 말라고 말이다.

MIT에서 청소를 하던 어느날 헌팅은 복도 칠판에서 수학문제를 발견한다. 이 문제들은 수학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풀어보라고 적어 놓은 것들이었다. 헌팅은 이 수학문제들을 술술 풀어낸다. 교수는 나중에 헌팅이 이 문제들을 풀어 낸 사실을 알고는 그에게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도록 유도한다. ‘굿윌 헌팅’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 영화는 최근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100대 영화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장면들이 뇌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MIT의 청소부가 실제 MIT 학생들보다 더 똑똑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반전’이 묘미다. 거기에 하바드 대학생의 ‘갑질’에 젊은 청소부가 시원하게 지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장면도 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맷 데이몬과 밴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둘이 함께 출연했던 이 영화는 이렇게 훌륭한 각본으로 1998년 아카데미와 골든 그로브 각본상을 동시에 받는다. 하지만 영화의 이런 장면은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화와 아주 흡사하다.

UC 버클리에 다니던 학생 단지그(George B. Dantzig) 는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 간다. 그가 강의실에 들어서자 얼마 안 있다가 수업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는 하는 수없이 칠판에 적힌 수학문제 두개를 자신의 노트에 받아 적는다.  여느때처럼 교수님이 칠판에 숙제를 내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문제들이 지금까지 풀어 본 문제들보다 상당히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도 단지그는 이번주 수업에 늦었으니 지각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다음주 수업시간까지는 꼭 이 문제들을 풀어야 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1주일동안 두 문제를 풀고나서 단지그는 그 다음주에 교수에게 숙제를 제출한다.

하지만 얼마뒤에 그는 수학교수의 부름을 받는다. 그리고 교수에게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듣는다. 단지그가 풀었던 문제는 숙제가 아니었다. 그 문제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풀지 못했던 수학의 어려운 난제들이었던 것이었다. 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그 문제들을 풀라고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아무도 풀지 못한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예시를 한 것이었다.

물론 단지그가 천재였던 것도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단지그가 수업에 지각한 날, 다른 학생들은 아무도 그 문제를 풀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수가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라고 설명을 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단지그는 수업에 늦어 그 설명을 듣지 못함으로써, 그 문제들이 그저 평범한 숙제의 하나라고 여겼다. 그는 그 문제가 반드시 풀어야만 하고 또 풀 수 있는 숙제라고 여겼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문제들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그는 훗날 ‘선형계획법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다. 그가 풀어낸 선형계획법은 오늘날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선형계획법은 한정된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 속에서, 최대의 목적을 찾는 해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정해진 직원의 숫자와, 근무시간, 그리고 한정된 자원들을 이용해서 이윤을 최대로 하는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들이 그것이다.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가장 중요한 해법을 제시한 단지그는 하지만, 그가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쉽게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