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트럼프 vs. 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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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경제학은 왠지 학문 같고 경영학은 왠지 돈에 대한 기술 같다. 예전에는 많은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이 같은 단과대학 안에 있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오늘날 많은 나라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경영학은 독립된 별도의 단과대학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경제학은 인문계의 다른 학과들과 함께 묶여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치인과, 경제학을 전공한 행정가의 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와 재닛 옐런이다. 곧 두사람이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사람은 남자고 다른 한사람은 여자다. 두사람 모두 미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이다. 그는 부동산 갑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자신도 부동산업을 해서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유명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재닛 옐런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한국은행 총재다. 그녀도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예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남편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러프 버클리대학 교수다.

트럼프와 옐런, 두사람은 여러가지 경제정책적인 측면에서 부딪힌다. 두사람이 현재 가장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은 성장이냐 안정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미국뿐만아니라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늘 논쟁이 되었던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에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므로 당연히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옐런 의장 역시 성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통화를 많이 풀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물가 안정을 위해서 이제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기도 하고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이기도 할 때 이용하는 것이 이자율이다. 중앙정부가 이자율을 낮추면 시중에 돈이 풀린다. 반대로 이자율을 올리면 시중에 풀렸던 돈은 은행으로 다시 몰리게 된다. 돈이 은행으로 몰리면 시중에 돈이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이자율이 당분간 계속 낮아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현재 연방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몹시 두려워한다. 세계 1차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엄청난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1922년 여름부터 6개월동안 독일의 물가는 무려 16배가 올랐다. 가장 최근에 지독한 물가 상승을 경험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이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월급을 받으면 먼저 소비하기 바쁘다. 아무도 저축은 하지 않는다.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물가는 자고나면 또 금방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소비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물건을 사재기 하고 아무도 저축은 하지 않으며 경제 시스템은 붕괴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경제학자들은 물가상승을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을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트럼프와 옐런은 대립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옐런 두사람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고있는 법의 하나인 닷-프랭크 (Dodd-Frank)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닷-프랭크 법은 미국에서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금융개혁법이다. 이 법은 금융회사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규제들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차원에서는 월스트리트의 폐혜를 막고자 만든 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 법 때문에 중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못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이 법을 없애려고 준비중이다.

두사람의 대결은 누가 승리할까? 단기적으로는 트럼프가 이길 것이다. 트럼프는 2017년에 취임한 기세등등한 최고 권력자다. 반면에 옐런의 임기는 2018년 2월로 끝이 나게 된다. 그러므로 2017년 상반기까지는 옐런의 영향력과 그녀의 정책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2017년말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약달러정책을 쓸 것이다. 또한 이자율은 당분간 올리지 않으면서, 시중에 돈은 풀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그의 정책은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그것을 지켜 보던 그녀는 비판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