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플랫폼에 모인 잉여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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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기차역이 있는 곳 근처는 출산율이 높다.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알리’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셨다. “기차 역 근처에는 시도때도 없이 지나가는 기차가 기적소리를 울린다. 새벽에도 기적 소리가 울린다. 밤에 자다가 기적 소리가 ‘빽’하고 울리면, 이 소리 때문에 기차역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자다가 깬다. 그러다가 다시 잠이 오지 않으니 부부가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참 재미있는 설명이었다. 그러니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지리 선생님의 이 말씀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아마도 기차역 주변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사람들의 왕래도 많고, 새로운 만남도 많아서 그럴 것이다. 기차역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을 영어로는 ‘플랫폼(Platform)’이라고 말한다. 플랫폼은 원래 이렇게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공간이나, 강사나 음악 지휘자들이 사용하는 무대나 강단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 말은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 적용 되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20세기는 공장을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플랫폼을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시대다. 플랫폼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전에 플랫폼 시장 상황을 살펴 보자. 2018년 현재 플랫폼을 가진 세계적인 강자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다. 구글의 회장이었던 에릭 슈밋(Eric Schmidt)은 이들을 가리켜 세계 기술혁명을 이끄는 4인방이라고 부른다.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는 단연 구글이 일인자다. 한국에는 네이버가 있지만 구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구글은 휴대폰의 운용체계인 안드로이드를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2018년 현재 전세계 시장의 70% 이상 점유율을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과 매킨토시, 그리고 각종 기기 시장을 지배한다. 스마트폰 시장만 놓고보면 삼성의 갤럭시가 애플에 조금 앞선다. 하지만, 컴퓨터 기기와 운용프로그램등 전체적인 면에서는 애플이 앞선다.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절대강자다. 2018년 10월 현재 전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는 20억명이 넘는다. 최근에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곳은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는 동영상 사이트다. 요즘은 과히 유튜브를 이용한 일인(一人) 방송시대라 할만하다. 너도나도 방송중이다.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도 방송중이다. 하지만 아직 유튜브 이용자는 19억명 수준이다. 유튜브가 턱밑까지 쫓아갔지만 아직은 페이스 북이 최고다. 온라인 유통업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세계최고다. 중국에는 알리바바가 있다. 알리바바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2018년 총매출 기준으로 보면 알리바바는 아직 아마존의 5분의 1수준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1990년대 4인방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시스코,델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인텔은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선도했다. 하지만 뒤 이은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진 바람에 새로운 4인방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현재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은 승객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이다. 교통수단은 승객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 다시말하면 승객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즉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랫폼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승강장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그래서 그곳에는 매점이나 자판기가 있다. 요약하면, 플랫폼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무엇을 사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그 곳은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온라인 환경인 것이다. 플랫폼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 연락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그리고 서로 변화하며 함께 살아간다. 구글이고, 애플이고, 페이스북이고, 아마존이고 인터넷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없는 기업이다. 인터넷의 역사는 그리 길지않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세상에는 세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먼저 수억명중에 한명정도 있을까말까한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바로 오늘날 4인방과 같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번째는 수백명 또는 수천명중에 한명정도 있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플랫폼을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두 그룹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잉여인간’이라고 한다. “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참 많이 변했네” 하고 놀라면서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나와같은 나머지 사람들인 것이다.<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