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2억원이 든 쇼핑백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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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경리과 직원은 만원짜리 현금이 가득 든 쇼핑백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만해도 5만원권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때다. 경리과 직원은 나에게 쇼핑백 한개에 만원짜리를 가득 담으면 1억원이된다고 했다. 양손에 하나씩 들었으니 현금으로 2억원이다. 나는 그에게 누구한테 전달하러 가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가 모를 수도 있고, 알아도 대답하기 난처할 수도있다. 국세청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일 수도있다. 혹은 당시 여당이나 야당으로 가는 것일 수도있다. 국정원으로 가는 것일 수도있다. 그것도 아니면 주주가 직접 가져오라고 지시 했을 수도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는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은 공소시효라는 것이있다. 범죄가 발생한 때로부터 공소시효기간이 지나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살인은 공소시효가 없다. 살인 이외에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위의 쇼핑백 사건은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러니 뇌물죄나 횡령죄, 비자금을 조성한 죄가 있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벌을 할 수는 없다.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놓고 그 유령회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A라는 한국 회사가 어떻게 해외 유령회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지 예를 들어 보자. A는 한국회사다. A는 해외에 B라는 유령회사를 하나 만들어 놓는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라고 가정해 보자. 버진 아일랜드는 법인세가 없다. 남들이 보면 A라는 회사와 B라는 회사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같다. A가 화장품 회사라고 가정해보자. A가 화장품 한 개를 만드는데는 만원이 든다. 그런데 A는 이 화장품을 중국회사에 보통 10만원을 받고 수출한다. 그런데 A는 B에게 이 화장품을 만원만 받고 판다. 만원에 만든 화장품을 만원에 파는 것이다. B는 만원에 A로부터 구입한 이 화장품을 중국회사에 10만원에 판다.

이렇게 하면 A가 중국회사에 직접 화장품을 팔았을 때와는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만일 A가 만원에 만든 이 화장품을 직접 중국회사에 10만원에 팔았다면 A는 9만원의 이익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9만원에 대해 한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A는 이 화장품을 만든가격 그대로 B에게 팔았다. 이익이 하나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대신에 B는 만원에 사 온 화장품을 중국회사에 10만원에 팔았으니 9만원의 이익이 생긴다. 한국회사인 A는 이익이 하나도 안생겼으니 한국에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버진 아일랜드 회사인 B는 이익이 9만원이나 생겼지만 이곳은 법인세가 없으니 역시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는다. 돈은 유령 회사 몇군데를 거쳐서 다시 한국에 돌아온다. 마치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A의 돈이다.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고 비자금이 조성된 것이다.

해외에 법인을 만들지 않고 나라 안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자회사나 하청업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A라는 건설 회사가 비자금 20억원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치자. A라는 건설회사는 대기업이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하도급 회사들을 거느린다. A가 하도급 회사들에게 부탁을 하면, 하도급 회사들은 A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A가 일을 주지 않으면 당장 망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A의 부탁은 이런것이다. 하도급 업체가 A에게 허위로 매출을 일으키던지 공사대금을 부풀려서 청구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도급회사가 A에게 청구할 실제 공사 대금이 30억원이라고 하자. 하도급회사는 30억원이 아닌 50억원을 A에 청구한다. A는 원래대로라면 바가지를 썼다고 펄펄 뛰어야 한다. 하지만 A는 공사 대금으로 B에게 50억원을 지급한다. 하도급 업체는 50억원을 받아서 30억원을 제외한 20억원을 현금으로 만들어서 A에게 다시 돌려 준다. 이렇게 A는 20억원의 현금 비자금을 조성하게 된다.

기업은 이렇게 만든 비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권력기관에 자기 회사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이 돈을 줄 수도 있다. 뇌물이다.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횡령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대기업들이 비자금을 만드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입장에서 보면 대표적인 적폐다. 현 정부 5년이 지나면 이런 적폐는 과연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