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노회계사의 고민

1940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은퇴를 앞둔 회계사가 있다. 이 분은 후계자를 키워 자신의 사업체를 넘겨주고 싶어 하신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체 매매 형식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후계자는 먼저 이 분의 사업체에서 일을 배운다. 그리고 나서 후계자 혼자 남아 사업체를 꾸리며 벌어들인 수익을 매년 은퇴한 분에게 나누어 갚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노회계사는 물론 자신의 은퇴준비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수십년간 자신의 곁을 지켰던 고객들에게 자신이 은퇴하고 난 뒤에도 꾸준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욕심많은 후계자가 들어와 동업자 행세를 하며, 노회계사가 평생 일군 사업체를 뺏으려고 한다. 노회계사와 후계자는 서로 다투게 되고 심하면 법정다툼까지 하게 된다. 후계자는 노회계사 사무실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고객들을 뺏어가고, 노회계사는 자신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충성심 많은 고객들을 다른 후계자에게  헐값에 넘긴다. 회계업계에서 실제로 흔하게 벌어지는 은퇴 시나리오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회계사는 욕심많은 후계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업보를 많이 쌓았을 가능성이 크다. 충성심 많았던 자신의 직원 몇명을 자신이 먼저 배신했거나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틈만 나면 자신의 사업체를 물려주겠다고 말을 해서 오랜기간 낮은 임금에 노동 착취를 해 오면서 그들을 이용하고 버렸을 것이다. 여기에 영주권 스폰서나 몇가지 양념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더욱더 가관이 된다.

어떤 회계사분은 이런 싸움에 엮이기 싫어서 자신의 악화된 건강상태나 노화상태를 고객들에게 끝까지 숨긴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고객들에게 자신은 건강하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신다. 남아있는 고객들은 당황해 하며 뿔뿔이 흩어지는데 아무 자료도 없고 아무 기록도 없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은퇴하는 경우를 보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은퇴를 앞두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든지, 아무도 몰래 비밀리에 사업체를 팔고 멀리 떠나 버린다.

고객들에게 자기 사업체의 가격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자주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흥정해서 정해지는 것이 가격이다. 그래서 “받을 수 있는 만큼이 가격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가격을 정하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순자산 가치법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총자산에서 빚을 빼고 남는 순자산을 회사의 가치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이 건물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건물의 가치는 백만불이다. 이때 건물에 융자가 30만불이 남아 있다면, 이 회사의 순자산은 백만불에서 30만불을 뺀 70만불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이 유일한 자산일 경우에는 이렇게 계산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비지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장소가 좋다든가, 유능하고 경험 많은 직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권리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순자산법은 권리금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래수익법이라는 가치 산정법이 있다.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미리 예상해서 회사의 가격을 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평균 순수익이 30만불이었다면 30만불에 적당한 배수를 곱해서 가격으로 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거래된 비슷한 사업체의 가격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근처에서 비슷한 업종, 비슷한 규모의 사업체가 60만불에 팔렸다면 자신의 사업체도 그 정도는 받을 수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식이다.

전문직이 운영하는 서비스 업은 일반 사업체와 달라서 반드시 위의 기준으로 가격을 정할 수는 없다. 고객들은 전문가의 실력을 보고 그곳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 전문가가 없으면 그 업체를 꼭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떳떳하게 내놓고 자기 사업체를 팔 수가 없다. 자신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면 많은 고객들이 이탈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제값도 못받고 다른 업체들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 소규모 영세업이 대부분인 한인 이민자 사회에서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쉬쉬하고 개인들만의 문제로 돌리면 안된다. 업종별로 성공적인 은퇴 사례들을 발굴하고 공론화하여 은퇴자들은 잘 떠날 수있도록 하고 실력있는 후배들은 정당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잡아 고객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