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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아내라는 존재는 청혼에 응하는 그 운명적인 순간부터 여자라는 종에서 벗어나 별도의 잡종이 된다.” 에릭 오르세나의 소설 ‘오래오래’에 등장하는 정원사 가브리엘이 소설 속에서 한 말이다. 어디 아내만 그럴까? 남편들도 한 여자와 가정을 이루어 지친 얼굴로 매일 퇴근을 하고 집에서 가꾸지 않은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간다면 자기 아내의 눈에는 ‘별도의 잡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래오래’는 여든살의 정원사 가브리엘이 젊은날 한눈에 반한 유부녀 엘레자베스와 평생의 불륜을 이어나가면서 노년에 그녀와 함께 하게 된다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작품이다.

 

어떤 철학자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배신’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모와 함께 가정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남녀가 짝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고 연애를 해나가는 과정이 원래 자기가 속해 있던 가정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것이다. 이 철학자는 그래서 모든 사랑은 불륜이라고 말한다. 불(不)은 아니다 라는 말이다. 륜(倫) 은 원래 인륜이라는 뜻이 있지만, ‘무리’라는 뜻도 있다. 그러므로 이 철학자는 어떤 사람이 원래 자신이 속한 무리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람과 다른 무리를 만들고자 하는 행위가 사랑이므로, 사랑을 불륜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사람의 관점으로 보면 미혼남녀의 사랑이든 기혼남녀의 사랑이든 모든 사랑은 불륜인 것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기존 고객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존 고객들은 폐업을 하거나, 이사를 가거나, 은퇴를 하거나, 죽기도 한다. 또한 서비스나 제품에 불만을 갖고 말없이 떠나버릴 수도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업체가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계속해서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의 신규고객이 꾸준히 유입되어야만 한다. 또한 기존 고객들이 그대로 있다는 전제하에서, 기업은 신규고객이나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게 되면, 곧바로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미 잡아놓은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들 보다는 신규고객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앞서서 모든 사랑은 불륜이라고 말했던 철학자는 회사들이 기존 소비자를 배신하고 신규 소비자와 불륜을 저지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판매업체인 아마존 닷컴은 2,000년도에 신규고객들에게만 DVD와 책값을 할인 판매해  준 적이있었다. 기존 고객들에게는 제값을 다받고 신규고객들에게만 할인을 해준 것이다. 그러자 인터넷상의 대화방에서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 기존고객들이 배신감을 느껴 상당히 많은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마존 닷컴의 매출이 줄어든다. 회사가 기존고객들을 무시하고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신규고객 우대 정책을 쓸 때, 배신감을 느낀 기존고객들이 실망해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마케팅에서는 “배신효과(The Betrayal Effect)”라고 한다.

 

기존고객들은 단순히 배신효과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여기 A라는 회사의 기존고객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들은 만일 A사의 경쟁업체인 B라는 회사가, B의 기존 고객들에게 할인이나 여러가지 고객우대 정책을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를 질투하여 B의 제품을 이용하거나, A회사 제품에 대한 구입을 줄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마케팅에서는 또한 “질투효과(The Jealousy Effect)”라고 부른다.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들은 결코 회사가 자신들을 다잡아 놓은 “별도의 잡종”취급을 하도록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질투효과나 배반효과는 시장에서 정보의 흐름이 빠른 경우나,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을때 더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정보의 흐름이 느리거나, 상품이나 서비스의 진입장벽이 높은 경우에는, 기존 고객이 배반효과나 질투효과를 느낄 확률은 작아지게 된다.

기존고객이 배반효과나 질투효과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강력한 브랜드 전략을 사용해 명성을 얻거나, 우수한 서비스나 품질을 획득하여, 경쟁업체가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명품으로 알려진 제품의 경우에,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과 가격비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차별 정책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도 중요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문제인,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에게 “별도의 잡종”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혹시 아는가? 더 매력적인 신규 배우자가 영입될 수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