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예배인원 제한 위헌” 판결에 ‘국가-종교-정치’ 얽힌 갈등 다시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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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 지지자들이 지난달 17일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지지 시위를 벌였다.[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25일 연방대법원이 뉴욕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종교 모임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함에 따라 종교와 국가 간의 해묵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이 점차 종교적으로 다원화·세속화되는 와중에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국가 권력의 개입이 커지자 종교와의 대치가 증폭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코로나19로 인해 예배를 제한하는 것은 몇달간 많은 보수주의자들의 분노를 일으켜 왔다”며 “법원이 예배 자유를 보호함에 따라 보수적 종교단체는 환영하고 있지만 반발도 이에 못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이 불과 네 달 전의 비슷한 결정을 번복하며 종교계의 손을 들어준 터라 정치색 논란까지 더해졌다.

연방대법원이 종교 모임의 인원제한 조치를 중지토록 하자 종교계는 즉각 판결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우리에게 교회 예배는 필수적”이라며 “종교적 자유에 대한 존중은 방역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클린교구장인 니콜라스 디마지오 주교 역시 “해당 판결이 다른 지역의 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판결 당시 소수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이 보건의료 전문가의 공익적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비영리 시민단체인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 측은 “뉴욕의 모임 제한은 오히려 종교 모임의 자유를 더욱 우대해왔다”며 “예배의 자유가 공중 보건을 위협할 권리를 포함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방역과 종교를 둘러싼 법적 갈등은 당파 갈등과 얽혀 미전역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캔자스주 민주당 소속의 로라 켈리 주지사는 부활절을 앞둔 지난 4월 행정명령을 발동해 10명 이상의 신자가 참석하는 예배를 금지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입법위원회를 소집해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이에 켈리 주지사는 입법위원회가 주지사의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것은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위헌이라며 주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예배 제한 여부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대법원 역시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한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임명한 후 보수 우위로 구도가 재편되며 판결이 번복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생전에 대법원은 이미 ‘주당국의 예배 인원 수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교회의 청원을 기각한 바 있다. 5월 캘리포니아주, 7월 네바다주에 대해 모두 찬성 5대 반대 4의 의견으로 교회 인원 제한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강유빈 기자·장채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