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뇌와 교육-Par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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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둘째는 후생유전학이다. 후생유전학은 영어로 epigenetics인데, 여기서 ‘epi’는 ‘에 더해서’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모든 것이 아니라, 그 유전자에 무엇인가를 첨가하고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후천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이를 교육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후생유전학(epigenetics)’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인간의 학습능력과 발달에 큰 가능성을 시사한다.

내가 항상 수업시간에 강조하는 사항 중의 하나가 바로 ‘유전자와 환경의 밀접한 상호작용’이다. 물론 타고난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이나 결함을 도저히 의학적으로 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매우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또는 애초부터 타고난 지방세포와 특정 호르몬의 불균형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 등이 식욕을 억제하려는 노력조차 아예 압도해 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당면한 사항을 극복해 나가려는 본인의 의지력만으로는 너무나 힘에 버겁다. 다행히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어쨌든 이런 사례들은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의 영향을 40%에서 70%까지라고 주장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현대교육에서는 조금 더 낙관적인 입장에서 접근하여 유전적 요소를 대체적으로 40%에서 50% 정도로 보고, 환경적 영향을 50%에서 60% 정도로 보기도 한다. 이는 본성보다 양육에 더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천성과 교육 둘 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본성 대 양육, 즉 본성 아니면 양육이라고 하면서 한 쪽에 치우치는 관점을 지양한다. 중요한 점은 천성(nature)과 교육(nurture)의 ‘유동적인 상호작용’이다. 양질의 교육이 사람의 변화에 미치는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리고 개인차나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서 유전과 환경의 비율은 50 대 50이 아니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희망을 갖고, 자녀 양육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은 더없이 바람직하다.

후생유전학은 인간에게 있어서 매우 ‘희소식’이다. 이렇게 인간의 경험과 환경이 유전자의 발현에 후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얼마나 희망적인 메시지인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이 타고난 나쁜 씨, 나쁜 DNA때문에 삶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고로 삶을 긍정적인 시각 하에 바라보고 유익한 생활 방식과 습관을 유지하면, 우리의 몸과 정신에 보다 이로운 유전자가 발현되는 법이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보다 잘 보기 위해서 스위치로 불을 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뇌 속의 ‘긍정 스위치’를 작동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밝게 헤쳐나가고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아이들도 잘 크려면, 어려서부터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는 ‘가능 스위치’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감’이며, 한마디로 다음과 같다. “나는 할 수 있다!”

요즈음 백세시대를 외치는 것도 사람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에 따라 ‘장수 유전자(longevity gene)’를 켤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 때문이다. 일례로 장수 식단인 ‘블루존 다이어트’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 ‘블루존 프로젝트(Blue Zones Project)’로 유명한 댄 뷰트너(Dan Buettner)는 그의 책, 『The Blue Zones Solution: Eating and Living Like the World’s Healthiest People』(2015)에서 인간의 뇌와 심리는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만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살을 빼기 위한 특정 음식만을 먹거나 지루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금방 권태를 느끼고, 뭔가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결국, 힘들고 어렵고 피곤한 다이어트에 지쳐서 돈 내고 다니던 헬스클럽을 그만두고, 더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원하게 되며, 이것저것 다 포기해버린다.

우리의 뇌는 너무나 힘에 겹고 지루하면 싫어하는 경향이 짙다. 우리의 뇌는 보다 재미있고, 새로우면서도, 가능성이 보이면, 그때 도전한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발달적으로 적합한 활동과 공부의 기회가 충분하게 주어져야 한다. 너무 어렵지 않지만 약간의 도전의식을 북돋우는, 그런 ‘가능 스위치’가 보다 많이 필요하다.(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