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커다란 파도와 바다를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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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시카고)

 

‘폭력’이라 하면, 약자 특히나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유린당함을 이야기할 때 생각나는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참담함이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피해 망상증 환자가 육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묻지 마’ 사건 같은 일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문학 작품, 뉴스, 인터넷 속에서나 나올 만한,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 속의 사건으로 잠시 우울해 졌다가, 다시  일상으로의 빠른 전환은 사건의 기억 조차 금새 사라집니다.  폭력성의 강도와 성의 선정성 또한 문화의 상업성을 등에 업고 갈수록 강해져 가서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 역시도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경각시켜 주었던, 지난 여름 동료 옹호 지도자 (Peer Advocate Leadership)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신 여성핫라인과 강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폭력이란 육체적인 힘만이 아닌 정서적, 언어적, 경제적, 성적, 그리고 사회적인 아주 많은 형태로 약자를 조정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가정안에서 진행될 때 ‘가정폭력’, 자녀나 아동들에게 행하여질 때 ‘아동학대’, 데이트 중인 연인 사이에서 발생할 때 ‘데이트 폭력’이 됩니다. 이러한 폭력은 미국 사회에서 4명중 1명의 여성이 가정폭력, 3명 중 1명이 데이트 폭력, 5명 중 1명의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이러한 폭력의 정의와 현실성을 앎으로써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말아야 함을 물론이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폭력과 성을 상업화하는 커다란 현시대의 문화 흐름 안에서 내 친구, 내 자녀에게 폭력의 정의와 대처 방법을 알려 주는 일이 이번 프로그램의 피교육자로서 나의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 하나가 커다란 파도와 바다를 만들 것을 믿습니다.

한가지 더는, 제 딸과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학생인 제 딸의 친구의 일입니다.  친구의 남자 친구는 가끔 완전한 연락 불통 상황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남자 친구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둘이 사귀는 것을 비밀로 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간헐적으로 반복이 되어 혼란스럽다며 제 딸에게 조언을 구했답니다. 동료 옹호 지도자 교육을 받은 딸이 그 친구에게, 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데이트 관계’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친구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했고, 제 딸의 조언에 고마워 했다고 합니다.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거나, 판단하거나, 선택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정의’에 입각해 현재 친구의 관계가 건강한 지, 건강하지 않은 지에 대해 짚어만 준 것입니다.  만일 제 딸이 이 동료 옹호 지도자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건강하지 못한 데이트 관계’란 단어를 비롯한 많은 개념을 알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딸 아이가 이 교육에 참여하여 혜택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 여성, 그리고 남성분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동료 옹호 지도자 교육에 참여했으면 하고 바라며, 교육의 파장이 우리 사회와 문화의 저변에 넓게 퍼져 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