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좌충우돌 채플린 이야기(19)…지금 정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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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하나님의 성회 시카고교회 부목사

 

환자 방문을 위한 사전 작업은 “어떻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마음 준비와 잠깐의 기도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후에는 위생을 위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그후 AIDET(A :Acknowledge, I :Introduce yourself, D :Duration, E :Explanation, T :Thank You)의 순서를 따라 대화를 한다. 그것은 병실에 들어가 환자에게 인사를 하고 환자의 이름을 확인 하고(A), 나를 소개한다. “제 이름은 00입니다. 이 병원의 Mission and Spiritual Care Department에서 나온 채플린중의 한 사람입니다“.(I)  “채플린은 환자분께서 이 병원에 머무는 동안 감성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도움이나 위안을 필요로 할 때 지원하기 위해 있습니다. 시간은 대략 몇 3분에서 5분 정도 걸립니다.(D) 어떤 염려나 필요한 것이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환자분께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편안히 머물길 바랍니다. 1층에는 가족이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예배실이 있습니다.”(E) 이렇게 대화를 이어간다. 대화의 주도권은 채플린이 아닌 환자의 몫이 되도록 해야 한다.

채플린은 환자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해달라고 해서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처음 만난 사람이 채플린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아픔이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축복이라 여겨진다. 가끔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짧은 만남이 얼마나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방을 나가기 전에 뭐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하고,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T)

환자 방문 후 대화록(verbatim)을 발표 할 때 자주 드러나는 실수는 채플린이 환자를 인터뷰하듯이 대화를 나눈 경우다. 한번의 만남이니 왜 이곳에 왔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가족 관계는 어떤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슨 병 때문에 왔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아픈 곳은 있는지, 누가 환자를 돌보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 모든 궁금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만약 병원에 입원한 당신에게 채플린이 와서 위와 같은 질문을 퍼부어대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종교가 있다고 하면 환자의 요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술 더 떠서 성경 구절을 읽어주고, 고난에도 다 뜻이 있으니까 인내하며 감사하라고, 나도 경험해 봐서 이해한다고 말하고, 괜찮을 것이라고 하고 기도해 주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런데 채플린의 역할은 가진 지식, 경험과 열정은 고이 접고 온전히 환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환자의 필요가 무엇인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감성터치이다. 환자 스스로 기분을 깨닫고 표현하도록 돕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어찌 채플린만의 대화법이라고 할까? 사람들을 만나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던지나? ‘무슨 일 해?’ ‘얼마나 버는데?’, ‘일, 문제없이 잘 되어가고 있어?’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지?’ 라는 질문은 많지만 정작 그 질문에 그 사람은 없다.

“요즘 기분이 어때?” “속상하거나 답답한 일은 없어?” 자신의 기분을 자신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본 적이 언제였나? 애써 덮으려 하고 참다가 힘들어 하기 보단 감정에 직면해서 자신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물어본다는 것, 사실 별 것 아닌데도 물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오르내리는 감정 상태에 요즘 내 기분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요즘 기분이 어때?”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리라. “롤러코스터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기분에 지쳐 있지만 “지금은 괜찮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고맙다”고, “지금 이 질문 하나로 정말 괜찮아졌다”고. “당신의 기분은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