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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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장의사/시카고)

 

저녁을 먹으며 집사람에게 기억과 추억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즉석 대답이 “기억은 뇌에 저장된 사실을 찾아보는 사실이고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이다” 이였다. 속으로 감탄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그런 같다. 과거에 가슴 아팠던 일을 기억은 할지언정 추억으로 다시 회상하며 미소 짓지는 않는다.

내 나이가 어때서? 이지만 추억을 적어보라면 글쎄…… 얼마나 모을지? 경제생활을 젊음과 빈손과 욕심으로 시작하였기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 현재의 결산은 부서지는 몸과 은행 빚 갚은 집 하나 남았다. 어디 나만 그럴까? 집 하나라도 건진 것을 감사해야지. 내 인생과 맞바꾼 내어 놓을 수 있는 재산. 유무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으로 생각해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물질을 내가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먹고 살고 모으기 위한 욕심 충족의 대상으로 살아왔다. 1년 2년 5년 10년 20년 40년. 그래서 타성이 붙었다. 사실 삶의 숙제에 눌려 내가 왜 사는가? 하는 필수의 사치적인   고민도 옆으로 밀어둔 채…… 마음의 여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추억이 빈약하다. 특히 가족들과…… 그래서 집사람에게 미안하다.

아침에 집을 나서니 앞마당에 현수막에 풍선들이 달려있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Henry is 40 라고 크게 써 박아두었다. 그것이 내 40생일의 기억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가끔 하면 자기도 그랬었다고 동조하는 사람이 한 둘 있다. 미국 사람들은 40을 크게 생각하나 보다. 새벽에 가게를 개점하므로 50 생일 날도 여느 때처럼 한밤중에 가게에 갔다. 왠걸? 가게 앞 화단에 수 십 마리의 플라밍고가 꽂혀있었다. 그리고 가게 안에는 Happy Birthday 풍선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밤사이 옆 가게 안경원 주인과 직원들이 장식을 했었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환갑을 크게 생각해 왔듯이 여기 미국인들은 40, 50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되는 생일이 되었다.

3년을 두고 따라오는 집사람이 50을 맞을 때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함께 일 하시는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집사람 가게 단골손님 몇 분을 비밀리에 초대하고 친구들과 약 25명을 한식당에 모셨다. 기억나는 것은 들어가면서 스쳐 본 자기 손님이 한국식당에 있으니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의아해 한 모습니다. 그리고 들어가서는 깜짝 쇼에 적지 않게 놀랐다. 두어 달 전 본인의 59 생일을 앞두고 집사람이 엄포를 쏘았다 “여보, 내년에 60 된다고 생일 야단하지 말아요” “O K, 당신이 말라고 하면 안 하지” 결혼생활의 연수가 높아질수록 보스로 모시며 사는 것이 평화의 지름 길이라고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가. “그래? 그럼 올해 생일 파티 해 줄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한 달의 시간이 있었기에 역시 같은 방법을 택하였다. 다만 9년의 세월이 지나 집사람을 찾는 가족 같은 손님이 많아졌고 며느리가 생겼으며 자식들이 다 모일 수 있었다는 점이 힘이 되었다. 모두 50명 이었다. 이 깜작 파티의 제안에 아내의 친구가 장식을 도와 주겠다 하여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진행이 잘 되어 내가 아내를 식당에 데리고 들어가는 순간 모두 “Surprise” 하는 함성에 충격으로 아내는 잠시 동상이 되었다. 식사와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었다.

요즈음 하는 일의 성격상 시간의 귀함과 중요함을 절감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초급 철학을 깨우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은 일찍 터득하여 알차게 살아 왔을지 모르지만 나는 늦었더라도 이제 일상 속에서 추억을 맺어보려고 애를 써본다. 50명의 식구가 모여 함께 식사를 하려면 푼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액수도 아니다. 특별히 그 가치를 저울질 해 볼 때는…… 또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일생과 바꾸며 모아온 적잖은 재물은 땅 속에 묻어두고 벽에 걸어놓은 그림처럼 쳐다 만 본다. 시간은 흘러 가는데. 안타까운 사실이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삶의 목적으로 자리잡았던 물질보다 더욱 귀하게 된 “내 나이가 어때서”이지만 타성에 젖어 수단과 목적을 제자리에 둘 줄을 모른다. 방법을 모른다고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매일 영위해야 하는 일상은 맛을 따질 수 없이 꼭 필요하며 나의 존재를 형성해 준다. 그런데 깜짝 파티는 살 맛을 내는 양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있으면 좋은데 적당히 그리고 너무 많아도 안 되는……

집사람이 카카오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면서 몇 자 함께 붙였다. “Surprise Birthday Party!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일어났던 일. 바쁜 가운데 집에 와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꼼꼼하게 계획 세우고 마음 써서 나를 너무나 놀라게 한 남편, 그리고 나 몰래 도와준 정화가 너무 고맙다. 내 남편은 진정한 King of event planner! 이시다”. 파티에 참석한 결혼한 조카들이 한마디 더한다 “삼촌, 우리를 힘들게 하시는 것 아니에요?”

집사람에게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2018년 추억을 만들고 쌓을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