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로나 팬데믹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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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2020년 4월 4일 토요일 오후였다. 정말 오랜만에 월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마침 액체 손비누가 딱 두 개만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리필용을 살까하고 아주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내쪽으로 걸어오던 남자가 그 두 개를 다 집어서 카트에 넣어버렸다. 일말의 차이로 놓친 내가 점원에게 액체 손비누가 더 있냐고 물었더니, 그게 마지막 물건이고 재고품도 없을 뿐더러 언제 새로운 물건이 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와서 장을 본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액체 손비누가 진열 선반에 두 개 밖에 없다는 것도 처음이고, 그것을 한 개도 못 사고 집에 오기도 처음이었다. 나도 제법 몸짓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때문에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나무늘보(sloth)’마냥 축 늘어진 상태에서 시장을 본 날이었다. 어쨌든 신문과 뉴스에서 접한 사재기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무척 난감했다.

이제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공식 선언한지도 두 달이 훨씬 넘었다. ‘팬데믹(pandemic)’은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뜻으로서, 코로나19 감염증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온통 들썩이게 만든 초비극적 사태이다. 어서 빨리 경제가 활성화되고, 우리 모두가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물리적 거리두기를 당장 그만둘 수는 없다. 이번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서 철저한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에 또 다시 닥치게 될 수 있는 재난 사태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고로 “급할 수록 돌아가라!(Haste makes waste!)”는 속담이 있듯이, 다급하다고 서둘러서 일을 대충 마무리하다가는 나중에 더 큰 문제를 갖게 된다. 우리 어른들이 항상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듯이, 한 수저 한 수저씩 꼭꼭 씹어먹어야 소화도 잘되고 살도 안찌는 법이다. 조금 더 힘내고 인내심을 갖고 견뎌내서, 이후 더 큰 재앙으로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잃고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20년 5월 9일 토요일 오후였다. 역시 정말 오랜만에 코스트코(costco)에 장을 보러 갔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다 팔리고 없는 물건들의 리스트가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키친타월과 손소독 물티슈도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다들 형형색색의 마스크들을 쓰고서, 일정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그저 담담하게 쇼핑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당분간은 시장에 갈 때나 서서히 개업을 시작한 카페나 식당을 가더라도 예전처럼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어떤 몰은 손님이 쇼핑 중에 신어 본 신발들을 72시간 동안 격리(quarantine)시킬 계획이다. 사람처럼 물건도 자가격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한동안 신발을 사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니, 가더라도 신발 사는데 걸리는 쇼핑 시간이 매우 빨라질 것이다. 신발가게 점원, 아니, 신발 자체에 미안해서라도 말이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이 사라지더라도 온라인 재택근무를 더욱 긍정적으로 활성화하고자 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어느새 사회적 거리두기, 무접촉 배달 서비스, 음식 픽업, 마스크 착용, 비닐 장갑의 사용, 온라인 수업과 교수 등이 더 이상 아주 큰 거부감 없이 자리잡은 것이다. 원격 세상이 사람들 마음에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오고 말았다.

와우! 우리는 바로 지금 사람 간의 접촉을 기피하는, 코로나 팬데믹 ‘트라우마(trauma)’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