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카고한인축제 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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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처음 무산…한인사회 우려·아쉬움

 

매년 8월 둘째주 주말에 시카고시내 브린마길에서 개최됐던 시카고 한인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아 동포사회에 아쉬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시카고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가 주최한 시카고한인축제는 1995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무려 22년간 계속돼온 한인사회 최대 이벤트였으나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의 개최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축제는 그동안 K-POP 댄스대회, 5K 달리기대회, 씨름대회, 노래자랑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한식 등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스폰서나 참석 인원이 줄어들면서 축제 규모도 점점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상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축제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향후 축제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올해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의측에 한인축제 개최 및 준비여부를 물었으나 그때마다 “준비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8월초에 다시 물었을 때 그때서야 “개최가 어렵게 됐다”고 답변했다. 상의측은 한인축제가 22년만에 무산됐음에도 공식적인 입장발표는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순자 상의 회장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스폰서 확보와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올해는 열지 못하게 됐다. 축제 준비도 사실 2월부터 했어야하고, 적어도 5만달러는 확보해야 할 수 있지만 어려웠다. 이 문제에 대해 이사, 이사장 등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회의를 가진 결과, 축제가 매년 적자이기 때문에 안하게 됐다. 앞으로 누군가 축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차세대 2세들이 맡아서 하지 않는 이상 한인축제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 같다. 상의를 바로 세우고 고칠 사람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인축제를 감당할 인력과 스폰서가 생긴다면 축제를 이어갈 생각이 있다. 앞으로는 한인축제 대신 연장자들을 대상으로 잔치, 노래 자랑 등을 열 계획도 있지만 자금이 없다면 이것마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2년간 이어온 한인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에 많은 한인들이 안타까움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다시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권용철 전 상의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올해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해 들은 바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올해는 안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리 한인들의 축제이면서 주류사회 젊은 세대들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였는데 사정이 있어서 못한다고 한다면 상당히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스폰서 관련해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십시일반 전직회장들이 도울 수도 있었을 것이고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았을 텐데 말이다. 한인 축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지금 시작한다는 것은 늦었고 내년에라도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안순 전 한인회장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올해 개최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22년간 지속되어온 한인사회의 축제였다. 차이나타운 축제처럼 미국에 한국을 알리는 큰 행사가 되길 바랬는데 안타깝다. 2년 전에는 한인회가 스폰서도 하고 노래자랑 심사도 도와드렸었다. 만약 올해 쉰다고 하면 내년부터 더 좋은 행사를 위해 쉰다고 생각하고 싶다. 1년을 쉬고 더 좋은 행사로 발전하길 바란다. 내년부터는 다시 시카고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정종하 전 상의 부회장(축제준비위원장/2006년)은 “한인축제는 한인커뮤니티의 위상과 관련되는 것인데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 동포들의 경제 상황이 2007년 이후부터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메이저 스폰서에서 후원을 예전만큼 하지 않고 있다. 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동포사회가 직면한 1세의 고령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1세 위주로 이어진 행사인데 다들 은퇴를 했다. 몇십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해왔던 동포사회의 자산인 축제를 아예 없애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상의가 여러 단체 단체의 의견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돈 전 한인축제 준비위원장(2013년)은 “시카고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축제이고, 수년전만해도 참석자가 많았는데 이렇게 중단하는 것은 안타깝고 큰 손실이다. 이 축제는 한인사회와 주류사회가 교류하고 타인종의 관심도 모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수익도 난다면 운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희웅 우리마을식당 대표는 “우리 식당은 매년 한인축제에 참가했었다. 작년에는 비빔밥 퍼포먼스를 했었고, 2년 전에는 갈비를 팔기도 했다. 주최측에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손해를 보면서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해는 하도 조용하길래 6월쯤 상의에 문의를 하니 올해는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장단이 새로 바뀌면 또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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