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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노스파크 대학 생물학 교수)
장재혁 (무디신학대 작곡과 교수)

 

 

지난 글에서 인성의 기본바탕은 관계형성이라고 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느끼기에 나의 부모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과와 무관하게 부모가 내게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그런 관심 말이다. 그런 관심을 통해서 신뢰가 형성이 될 때 좋을 결과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도전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런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결과를 위한 관심이 아니라 과정과 아이의 인격 자체에 대한 관심은 가만히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인성이 좋은 부모가 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신경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바른 인성교육이 되기는 어렵다. 양지바른 잔디밭이 있더라도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자녀와 대화한 내용 중에 자녀가 어떤 과정에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알게 된다면 그 과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자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만한 것을 발견하고 부모가 도와주고자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심의 지속성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뿐 아니라 다른 컨텍스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경험한 얘기를 조금 하고자 한다. 필자 부부가 필립스 엑시터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던 해에 신입생 9학년으로 입학한 학생들 중에 져스틴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져스틴은 눈빛이나 말하는 투에서부터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인상이 확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학업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음악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학교 오케스트라의 대표를 맡기도 했고 본인이 속한 스포츠 팀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키 역할을 하는 학생으로, 다방면에서 특출한 학생이었다. 져스틴은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그룹에서도 명석함이 드러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하크네스 토론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 학생인 것처럼 다른 급우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또한 교실 밖에서의 행실에 대해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여러 동료교사가 지적할 정도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소통하는 방식이 원만하지 못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인성적인 부분이 다듬어진다면 기여할 재능이 많아 보이는, 보석으로 가공되기 전의 원석 같은 아이였다고나 할까?

 

져스틴은 4년 동안 토론수업과 학교 생활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 의미있는 결과물을 찾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지속적인 교사들과 어드바이저의 조언으로 인해서 조금씩 급우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고 인성적으로 자라나는 변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4년 후 졸업할 때에는 누가 보기에도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대표할 만한 재목으로 성숙했다. 져스틴을 변화하게 한 요소는 많고 복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져스틴을 향한 교사와 어드바이저의 관심, 그리고 급우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져스틴으로 하여금 자신의 학교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공동체라고 여기게 하고 신뢰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속성은 보석을 가공하는 과정과도 같다. 완성된 모양과 빛을 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다듬고 깎아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이 보석의 원석과도 같은 우리의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보여질 때에 아이들은 신뢰의 마음이 생기게 되고 빛을 내기 위한 인성의 연마 과정에서 다듬어질 수 있다. 보석과 사람 사이에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보석은 가공이 끝나면 완성품이 되어 연마의 과정이 끝이 나지만, 사람은 평생을 통해서 인성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성이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역할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