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무차별 강타, 태풍 ‘장미’까지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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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폭우로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일부가 무너져 인근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남원=연합]

중·남부 오가며 500mm 넘는 폭우
시간당 최고 90㎜ 물폭탄에 섬진강 낙동강 둑 붕괴
이재민 6000명, 시설피해 9500곳… ‘도로 곳곳 통제’
태풍 북상 ‘제주 경남 비상’…중부지역엔 11일까지 500㎜

47일째 지속되고 있는 역대급 장마에 주말 사이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사망, 실종 등 누적 인명피해는 50명에 달했다. 7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지난 2011년 집중호우ㆍ태풍 이후 9년 만의 대재해다.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한반도를 오르내린 장마선전의 영향으로만 남부지역에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전국에서 13명의 사망자와 2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일 오후 한반도 상륙 예정인 제5호 태풍 ‘장미’ 영향으로 10일에만 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경남과 제주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7일 0시부터 이날 오후 10시 반까지 누적 강수량은 담양 612㎜를 최고로 광주 533.7㎜, 진안 478.5㎜, 장성 457.5㎜, 산청 454㎜, 함양 317㎜, 부산 320㎜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날 섬진강댐이 한때 초당 1,700톤을 방류하면서 전북 남원시 제방이 무너졌고 전남 곡성ㆍ구례와 경남 하동이 물에 잠겼다. 9일에는 창녕에서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 두 곳이 물에 잠겼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도 전날 물에 완전히 잠기는 등 쑥대밭이 됐다. 이날 화개장터는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흙탕물로 얼룩지고 곳곳이 진흙으로 질퍽거렸다. 떠내려가다 걸린 쓰레기 더미와 장판, LP가스통 등 집기들이 뒹굴고 있다. 하지만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시간당 최대 90㎜를 퍼부은 폭우로 이날 오후 10시 반까지 전국에서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지난 1일부터 집계된 누적 인명피해는 사망 31명, 실종 11명, 부상 8명 등 모두 50명에 이른다. 사망은 경기와 전남에서 각 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북 7, 전북 3, 서울 강원 충남 광주 각 1명이다.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사망 3명ㆍ실종 3명) 등의 수난 사고 피해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재민도 전국 11개 시도에 걸쳐 6,541명을 기록했다. 체육관이나 마을회관 등으로 일시 대피한 주민은 1만 338명에 달했다. 섬진강 제방 붕괴 등으로 전북, 전남에서만 3,500여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고, 충남과 경남에서도 1,000명 이상이 피신했다. 남부지역 비는 이날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일부 이재민들은 귀가했다. 하지만 전날까지 남부지역을 강타했던 비구름이 북동진하면서 강원 영서, 경남 창녕 등지에서 추가로 이재민이 나왔다.

주말 사이 내린 물폭탄은 도로, 교량, 저수지 등 기반시설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충남 금산에서는 일부 지역에 수돗물이 끊겼고, 충북에서는 금강 상류 용담댐이 방류량을 늘리면서 영동군 일부 지방도로와 농로, 교량이 침수됐다. 피해를 입고 통제된 전국의 도로와 교량은 4,348곳에 달했다. 한국전력 설비가 침수돼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끊기고, 곡창지대로 유명한 전남 나주는 영산강 주변 1000㏊ 이상의 들판이 대형 호수로 변했다.

한강 상류 지역 폭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면서 한강 수위도 재상승, 9일 오후 1시부터는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올림픽대로 동작대교부터 가양대교 구간이 또다시 통제됐다.

특히, 특히 이번 장마에 산사태가 눈에 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이날까지 전국에서 667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태양광 난개발’이 거론된다. 삼림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작년까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이번 장마 기간에만 경북 성주군, 경북 고령군, 전북 남원시, 강원 철원군, 충남 천안시, 충북 충주시 등 6개 지자체 소재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양상으로 이어졌다. 산림청도 전국 802개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물기를 머금은 태풍 ‘장미’까지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어, 상륙이 예상된 경남과 제주 지역엔 비상이 걸렸다. 10일 오후 한반도에 상륙 예정인 장미는 경남과 제주도에 최대 300㎜의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됐다. 산림청은 산사태 경보 및 주의보를 이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6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장미는 중심 기압 1,000hPa, 강풍 반경 약 200㎞, 중심 최대 풍속 초속 18m(시속 65㎞)의 세력을 유지하며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 장미는 10일 오전, 제주도 동쪽 해상을 경유, 오후 3시쯤 경남 통영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상청은 “이후 점차 약화해 북동쪽으로 이동, 10일 밤에는 동해상으로 진출하겠고 11일 오전 점차 저기압으로 변질되면서 소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부지방은 장마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은 태풍의 영향으로 내주 초까지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중부지방은 북서쪽의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강한 비구름을 형성, 11일까지 최대 500㎜ 이상의 비가 집중 쏟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과 합쳐져 강수량을 더 늘리거나, 앞서 예고된 14일까지의 장마 기간이 더 길어지는 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지방 기준 최장 장마 기록은 2013년의 49일이다.<양승준·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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