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그 흔한 이름 예수, 그 귀한 이름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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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내 아들 이름은 예수다. 무슨 사이비종교 교주 같은 헛소리? 조국의 광복 40년이 되던 해에 태어난 남아였기에, 이제 분단 40년을 극복하고 통일의 시대를 열어 달라는 소박한 바람에서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의 광야생활을 마감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의 지도자 이름을 따서 ‘여호수아’라 불렀다.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 이름이다.

‘내 아들 이름이 예수’라며 경건한 기독교인들에게는 너무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한 것은 이 ‘여호수아’와 ‘예수’가 사실은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구약에서 모세의 후계자였던 눈의 아들 여호수아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이 이름은 바벨론 포로 전까지 히브리 성경 내에서 ‘여호수아’로 표기되었으나 포로기 이후 ‘예수아’로 단순화되었다. 당시 헬라어로 번역한 구약성경인 「70인역」은 이 후자를 음역(音譯)하여 ‘예수스’로 표기했다. 여기서 우리 한글 성경의 발음 ‘예수’가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는 ‘여호수아’ 또는 같은 이름인 ‘예수아’를 헬라어로 옮겨 적으면서 생겨난 발음이다.

성경의 유대인들에게는 현대를 사는 우리 식의 ‘성’(姓, last name)이 없었다. 성(姓) 없이 이름만 쓰다 보니 자식이 아버지나 삼촌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는 일도 잦았다(누가복음 1:61). 사해 근처에서 발견된 1세기 어느 유대 여인의 상속 관련 재판 기록에 보면 남편의 이름도 예수, 시부의 이름도 예수, 아들의 이름도 예수였다. 고대 유대교의 변증서인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따르면 헬라어 구약성경인 「70인역」을 번역한 72명의 유대인 학자 중 세 명이 예수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일세기의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의 글 중에는 약 20명의 예수가 등장하는데 그 중 저자와 동시대 사람인 예수만 해도 10명이나 된다.

여러 신약성경 사본에 따르면 구세주 예수 대신 풀려난 바라바의 이름도 원래 ‘예수 바라바’로 되어있다. 그러니 빌라도는 두 예수를 대중 앞에 내어놓고 그 중 어느 예수를 풀어줄까 물었던 셈이다. 바울이 살라미 섬에서 만난 거짓 선지자의 이름 ‘바예수’는 ‘예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행 13:6). 물론 그 박수 무당이 우리 주님의 아들이 아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평범한 한 인간이 되셨다니 얼마나 다정한 은혜인가. 순 한국식으로 생각해 보자면 하나님께서 사람으로 오셔서 철수나 영희의 이름으로 불리었던 것이다.

이렇게 흔히 등장하던 이름이었던 히브리식 ‘예수아’나 헬라식 ‘예수스’가 2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헌에서 거의 사라져버린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귀하신 특별 이름이었기 때문이고, 유대인들에게는 나사렛 이단 교주의 이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흔했던 이름이 귀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인간으로 와서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를 초기 교회의 한 찬송에서는 이렇게 노래했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립보서 2: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