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주일은 안식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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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일요일을 주일(主日)이라 부르고 동시에 안식일이라 명하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다. 하지만 이 세 용어가 원래 일주일 중의 같은 날을 가리켰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의 시간 개념으로 볼 때 기독교의 주일과 안식일은 결코 동일한 날이 아니다.

신약성서 시대의 사람들이 날(days)을 구분하는 방법은 현재 우리의 것과 달랐다. 유대의 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식일은, 현재 우리 현대 달력에 따르자면 금요일 저녁에 시작되어 토요일 저녁까지 이어졌다. 당시의 하루는 해가 지면서 마감된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하루는 전 날이 마감되면서 시작되었으니 해가 져 어두워지면 새로운 날로 간주되었다. 즉 하루는 해가 지는 저녁 시간에서 시작하여 다음날 해가 질 때까지였다. 오늘날 자정 0시를 기점으로 하루가 바뀌는 것과는 달랐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오늘날의 금요일 오후에 이틀 치 먹을 음식을 준비하여 안식일을 맞았다. 안식일에는 음식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평상시에 하던 저녁 준비에 해가 뜬 다음 먹을 음식까지 준비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준비하여 해가 지고 나면 안식일은 가족이 함께 모여 나누는 저녁 식사로 시작된다. 물론 가장(家長)이 이 안식일 식사의 집례자였다. 구약의 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는 아니지만 1세기쯤에는 팔레스틴과 디아스포라 모두에 회당이 널리 퍼져 있었다. 물론 이전에 다뤘던 것처럼 ‘회당’(synagogue)은 성전(temple)이 아니었다. 솔로몬 성전 이후 성전은 예루살렘에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것이 유대적 관점이다. 그래서 성전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유대인들이 말씀을 공부하고 기도하기 위해 곳곳에 마을 회관 같은 건물을 가졌고 그것을 회당이라 불렀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는 가족이 같이 하는 시간을 갖고 날이 밝은 토요일 오전이면 회당에 모이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복음서의 예수님이나 사도행전의 바울은 안식일 낮, 즉 지금의 토요일이면 회당 예배에 참석하여 복음 사역을 할 기회를 가졌다.

현재 그리스도인들이 지키는 주일은 구약에서 규정한 전통적 안식일이 아니다. 바울은 골로새의 이방 그리스도인들에게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초하루나 안식일을 이유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골 2:16)며 유대주의자들의 절기와 일자 수칙에 얽매이지 말 것을 종용했다.

이방 그리스도인들이 모임을 갖던 날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안식 후 첫 날’인 ‘일요일’이었다 (행 20:7, 고전 16:2). 그러니까 이 ‘안식 후 첫 날’이 그리스도인들의 집회일로 고정되어가면서 안식일이 지니고 있던 근본 정신이 주일의 준수에 적용되었다. 양자를 기원(起源)의 차원에서 구분하자면, 안식일은 기본적으로 일을 금하는 ‘쉼의 날’이고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복음선포와 집회의 날이다. 그래서 주일을 안식일이라고 부르는 일은 한편으로 볼 때 조심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요즘 팬데믹 상황이, 주일을 안식일로 여기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