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24] 사순절을 세어보니 총 46일인데 왜 사순절이라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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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금년 사순절은 지난 2월 17일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해서 4월 4일 부활절 전 날까지 이어진다. 우리말의 사순절(四旬節)은 숫자 10이 넷이라는 의미로 ‘40일’을 지키는 절기의 뜻이다. 성경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성경에, 유월절부터 일곱 주가 지난 다음 날, 그래서 50일을 가리키는 표현인 오순절(五旬節, = 칠칠절 = 맥추절)은 있어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사순절은 나오지 않는다. 사순절은 성경의 절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순절의 영어 단어 Lent는 단순히 겨울이 지나고 오는 ‘봄’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온이 섭씨 영하 20도를 밑돌며 사방의 눈벽에 갇혀 지내는 2021년의 시카고 사람들에게는 올해 유별나게 어색하게 들리는 단어다. 우리 말 사순절은 라틴어 Quadragesima(40번째)를 번역한 것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성찬이나 세례처럼 예수께서 명령하여 제정(制定)된 성례의 절기는 아니다. 물론 구약의 율법에서 명시된 것도 아니다. 교회사 속에서 부활절을 올바로 맞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만들어진 전통이다. 사실 한국 개신교는 사순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대다수 신자들이 이런 절기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냈었다. 하지만 천주교, 장로교, 감리교, 루터 교회, 성공회 등의 대부분 교단들은 오랫동안 이 절기를 회개, 절제, 섬김, 나눔으로 경건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런데 왜 40일인가? 예수님께서 공생애 들어가시기 전 40일 금식을 하신 것을 기억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전 다른 지역의 어느 한 교인이 실제 사순절 기간의 날 수를 일일이 다 세어보고는 따지듯 물어온 적이 있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서 부활절 전 토요일까지 날짜를 세어보니 40일이 훌쩍 넘는 46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잘 센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일 수는 총 46일이다. 그런데 왜 사순절(Quadragesima)라 해서 혼동을 주는 것일까? 그 기간 동안의 주일(일요일)은 예수께서 안식 후 첫 날 다시 사신 요일이기에 일종의 미니 부활절로 보았기 때문에 40일에 포함시키지 않는 전통 때문이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동안 여섯 번의 주일이 있지만 그 날들은 ‘사순절 주일’이지 사순절 그 자체에 계수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사순절을 어떻게 활용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입으며 삶에 유익을 얻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 중 한 두 가지를 택하여 집중해 볼 것을 권한다. (1) 나 자신을 돌아보아 좋지 않은 마음이나 생활의 습관을 고치는 기간으로 삼는다. 일단 40일을 약속하여 절제해 보라. 이 40일의 승리가 한 평생의 승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 사람의 영성은 경건의 수련을 통해 그리스도 형상의 깊이를 더한다. 영성의 심화를 위해 하나님께서 ‘영적인 은혜의 선물’을 간구하며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열심이 있는 어떤 신자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한 끼를 금식하기도 한다. 사순절 기간 동안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기로 작정하는 사람도 있다. (3) 성경을 깊이 묵상하며 통독하는 것도 좋은 결심이다. (4) 이 기간 동안에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또는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부담을 주시는 개인적 사명이나 선행을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5) 이 기간 동안 세상을 그 사슬로 엮은 팬데믹으로부터 구원해 주시기를 구하는 기도가 모아졌으면 한다. 독자들의 사순절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