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그녀, 제인 에어 ( Jane Eyr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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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중학교때 ‘제인 에어’를 읽었다. 불우하지만 강인하고 이지적인 ‘제인’과 어둡고 무뚝뚝한 ‘로체스터’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 ‘존 폰테인’과 ‘오손 웰즈’주연의 1944년작 흑백 영화를 보았다. 소설속 제인은 평범한 외모인데 영화속 제인은 아름다웠고 로체스터는 비밀을 간직한 매력적인 남자였다. ‘제인 에어’는 1847년 출간 후 영화 포함 21차례나 영상화 되었지만 나에게는 1944년 흑백 영화가 최고였다.  2020년 가을 개봉을 앞둔 007영화 “노 타임 투 다이”를 감독한  ‘캐리 후쿠나가’의 2011년 작품은  ‘미아 와시코우스카’ , ‘마이클 패스밴더, ‘주디 덴치’등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과  그림같은 셋트,  빼어난 영상미, 소박하고 고전적인 의상까지 품격과 감동을 갖춘 수작이다.

고아인 제인은 외숙모집에서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지내다가  ‘로우드 자선학교’로 보내진다.  18살이 된 제인은 가정교사 자리를 구해 마침내 세상으로 나온다. 제인은 ‘쏘온필드’저택에서 프랑스 소녀 ‘아델’의 가정교사로 일한다. 집안 일을 주관하는 친절한 가정부 ‘페어펙스’부인과 하인들, 천진한 아델과 거대한 저택에서 모처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숲속에서 말에서 떨어진 남자를 만나고 그를 도와주는데 그 남자는  여행에서 돌아 온 집 주인 ‘로체스터’.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로체스터에게 제인은 깍듯하지만 당당하게 대한다. 제인은 한 밤중에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로체스터의 침실에 불이 난것을 발견하고 급히 주인을 구하고 불을 끈다. 다음 날 로체스터는 다시 여행을 떠나고 제인은 그가 없는 몇 달간 묘한 그리움을 느낀다.  로체스터는 집에 돌아오면서 여러 명의 손님들을 초대한다.  그 중에 아름답고 세련된 미스 ‘잉갬’이 신경 쓰인다. 두 사람은 곧 결혼한다고 페어팩스 부인이 일러준다. 파티가 열리고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 제인은 외롭다. 저녁에 낯선 남자가 로체스터를 찾아온다.  그날 밤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로체스터는 제인의 도움을 청한다. 두 사람은 칼에 맞은 방문객을 돌본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청혼한다. 결혼식날 교회로 남자들이 찾아와서 로체스터는 15년 전 이미 결혼한 몸임을 폭로한다. 제인은 외딴 방에 격리되어있는 그의 미친 아내를 만난다. 로체스터는 재산을 욕심 낸 아버지의 계략으로 정신병자 여자와 정략결혼하고

집에서 돌보고 있었다. 그동안의 화재나 상해 사건은 전부 미친 아내의 짓이었다. 제인은 집을 뛰쳐 나와 벌판을 걷다가 빗속에서 쓰러진다. 쓰러진 제인을 구해 집으로 들인 사람은 젊은 목사 ’세인트 존’. 세인트 존과 두 여동생은 갈곳 없는 제인을 돌보고 기운을 회복한 제인은 시골 학교 선생으로 일한다. 세인트 존은 인디아 선교를 위해 제인에게 청혼한다. 로체스터를 사랑하는 제인은 청혼을 거부하고 쏘온필드로 돌아간다. 화재로 폐허가 된 저택에서 페어팩스 부인은 로체스터의 부인이 집에 불을 지르고 죽었고 그녀를 구하려던 로체스터는 장님이 되었다고 말해준다. 제인은 나무 밑에 앉아있는 로체스터를 찾아서 힘차게 포옹한다.

시간을 초월하는 러브 스토리.  당시 21살의 배우는 창백하고 화장기없는 얼굴로 사랑에 목마르고 외로운 제인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들판의 잡초처럼 비바람에 시달리지만 꺽이지 않는 강함과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절제된 연기가 놀랍다. 제인이 벌판을 헤매는 오프닝에서 플래쉬 백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는 긴장과 생동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