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사랑과 시간과 죽음 (Collateral Beaut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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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하워드’는 유명 광고 회사의 중역. 늘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그의 리더십 덕분에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3년전 사랑하는 딸이 죽자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먹지도 자지도 않고 깊은 절망에 빠져 지낸다. 매일 사무실에서 도미노로 도시를 만들었다가 부순 후에 공원에 나가 벤치에 홀로 앉아 있다. 회사의 파트너이자 친구들인 ‘위트’,’클레어’, ‘사이먼’은 하워드를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하워드는 그들에게도 거리를 둔다. 하워드가 회사 일에

손을 놓자 굵직한 고객들이 떠나고 재정도 어려워진다. 위트는 아직 회사가

건재할 때 제대로 값을 받고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다. 하지만 60% 지분을 가진 하워드는 매각에 반대한다. 하워드의 친구들도 삶이 녹록지 않다.

바람 피우다 이혼당한 위트는 사춘기 딸이 아빠 만나는 걸 거부해서 괴롭고,

일만 하다가 나이를 먹은 클레어는 더 늦기 전에 엄마가 되고 싶어서 정자 기증자를 알아보는 중이다. 위트는 하워드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증명해서 회사의 매각에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클레어와 사이먼은 하워드를 배반하는 것이 괴롭지만 회사와 종업원들을 위해 동의한다. 위트는  하워드가 죽음, 시간, 사랑에게 편지를 쓴 것을 알아내고 무명의 극단 배우들을 고용한다. 늙은 70대 여배우 ‘브리짓트’,

10대 소년 ‘라피’ 그리고 30대 여자 ‘에이미’. 그들에게 각각 죽음, 시간, 사랑의 역할을 맡기고 하워드를 만나라고 지시한다.  하워드에게 편지를 보여주며 대화를 시도하면 이 광경을 몰래 찍고 하워드가 혼자서 떠드는 것처럼 편집해서 증거물로 제출할 것이다.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로 하워드를 찾아간다. 하워드는 죽음, 시간, 사랑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인물들에게 혼란을 느끼다가 분노와 슬픔, 그리움과 사랑과 후회등의 감정들을 쏟아낸다. 하워드는 가족을 잃은 자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기 시작한다. 한편 사이먼은 브리짓트의 조언으로 자신의 불치병을 아내에게 털어놓고, 클레어는 라피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없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라는 격려를 받는다. 위트는 에이미 덕분에 포기할 뻔했던 딸과의  관계 회복을 결심한다. 하워드는 헤어졌던 아내를 찾아가고 비로소 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윌 스미스(하워드), 에드워드 노튼(위트), 케이트 윈슬렛(클레어) 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에이미), 헬렌 미렌(브리짓트)등 쟁쟁한 스타들이 한꺼번에 나온다. 상투적일 수 있는 대사와 뻔한 전개가 조금 흠이지만 모든 인간에게 절대적인 사랑, 시간, 죽음에 관한 헐리웃식 서사라고 하겠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 그래도 그 슬픔을 껴안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리라. 특히 쾌활하고 우아하며 유머러스한 죽음 역의 헬렌 미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죽음이 무겁거나 어둡지 않게 느껴지면 우리들 삶도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 개봉 당시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속 감성적인 삽입곡들도 좋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