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내 어머니의 모든 것(All About My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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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엊그제 마더스 데이에 딸은 꽃바구니를 보냈고 막내는 전화를 했다. 같이 사는 둘째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분홍 머그잔을 선물했다. 여든아홉인 내 엄마는 서울 요양원에 누워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인 나도 내 어머니가 그립다.

 마드리드에 사는 ‘마누엘라’는 완벽한 엄마이다. 간호사이고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혼자서 아들 ‘에스테반’을 키운다. 아들의 17살 생일에 모자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함께 구경한다. 마누엘라는 젊었을 때 아마추어 연극 배우였다. 연극에서 ‘스텔라’역을 했었고 그때 상대역 남자 배우의 아들을 가졌다. 연극이 끝나고 아들은 주연 배우의 싸인을 받으려고 빗속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배우 ‘후마’는 택시를 타고 떠나고 뒤쫒아 달려가던 아들은 차에 치여 죽는다. 마누엘라는 아들의 장기 기증을 수락하고, 아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친아버지를 찾아 바르셀로나로 간다. 아들의 노트에서 아버지에 대한 궁금함과 그리움을 읽은 마누엘라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 오래 전, 그녀의 남편은 마누엘라를 떠났다가 ‘롤라’라는 여자로 나타났다. 마누엘라는 여장을 하고 몸을 파는 남편 롤라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고 마드리드로 도망쳤다. 마누엘라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옛친구 ‘아그라도’를 만난다. 매춘부인 아그라도도 남장여자. 수다스럽고 경박하지만 의리있고 인정이 많다. 마누엘라는 학대당한 매춘부들 쉘터에서 일하는 수녀 ’로사’를 알게 된다. 로사는  마누엘라의 전남편 롤라의 아기를 임신했는데 에이즈에 감염되었다. 마누엘라는 정성껏 로사를 돌본다. 마누엘라는 아들의 죽음의 원인 제공자 후마가 공연하는 극장에 찾아간다. 분장실에서 만난 후마는 연극 속 ‘블랑쉬’처럼 불안정하고 공허하다. 스텔라역의 배우 ‘니나’와 연인사이인데 니나가 마약 중독이라 늘 아슬아슬하다. 마누엘라는 후마의 개인 비서로 취직한다. 공연과 리허설을 보면서 니나의 대사를 듣고 암기한다. 어느 날 니나가 약에 취해 공연을 못하게 되자 마누엘라가 대타로 나가 스텔라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니나는 마누엘라가 자기 역을 탐내서 접근한거라고 비난한다. 그제야 마누엘라는 아들이 후마의 싸인을 받으려다 차에 치인 얘기를 한다. 그날 밤 일을 기억하는 후마는 진심으로 사과한다. 마누엘라는 친구 아그라도를 자기 후임으로 소개한다. 그는 타고난 유쾌함와 포용력으로 후마와 스탭들의 마음을 산다. 로사는 아들을 낳고 죽는다. 로사의 장례식날 롤라가 나타난다. 롤라도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다. 마누엘라는 한때 사랑했던 남편 롤라에게 아들 에스테반의 존재와 죽음을 알린다. 마누엘라는 아기를 데리고 마드리드로 돌아간다. 2년후, 마누엘라는 아기 아스테반과 바르셀로나에 돌아온다. 후마는 니나와 헤어지고 연극 배우로서 전성기에 있고, 아그라도는 후마의 새매니저가 되었다. 인생의 굴곡을 견뎌낸 세사람이 후마의 분장실에서 재회한다.

 흠있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장 남자에다 몸까지 파는 아그라도와 롤라, 임신한 수녀, 연극과 현실에서 갈피를 못잡는 배우와 그녀의 마약 중독자 애인. 마누엘라는 이들 모두를 어머니의 가슴으로 품어준다. 생떼같은 자식을 눈앞에서 잃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타인의 상처를 싸매고 다독여주면서 그들과 자신에게 살아갈 이유와 희망을 준다. 아그라도는 끈질긴 생명력이다. 무시를 당해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지킨다. 여자가 되기 위해 받은 각종 성형과 시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게 현재의 자기라고 밝히는 모습은 당당하다.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

그해 오스카,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프랑스 세자르, 이태리등 세계적으로 최우수 외국어 작품상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