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Call Me by Your Nam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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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영화를 보고 칼럼에 써야할 지 조금 망설였다. 아름답고 애잔하고 솔직하고 관능적이며, 평생 한번뿐인 첫사랑의 가슴뛰는 이야기이다. 북부 이태리 한적한 마을의 고풍스럽고 서정적인 촬영과 멜랑콜리한 음악도 심금을 울린다. 사랑의 주체가 17세 소년과 24세의 청년이지만 동성애 영화라는 편견을 깨트리는 사랑과 이별, 성장에 관한 뛰어난 작품이다.

1983년 여름, 이태리 ‘롬바르디’지역 ‘크레마’ 마을의 ‘펄먼’저택.

고고학교수인 펄먼의 17세 외아들 ‘엘리오’는 내성적이고 책을 좋아하며 피아노를 잘 친다. 엘리오의 부모는 역사와 문학을 사랑하며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졌다. 엘리오의 여름방학은 책읽고 여자 친구 ‘마지아’와 자전거 타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 외엔 특별할 것이 없다.  수려한 용모의 24세 대학원생 ‘올리버’가 아버지의 연구와 논문을 돕기위해 미국에서 도착한다. 엘리오는 자신의 방을 손님에게 내어주고 그 옆에 붙어있는 빈 방을 쓴다.

서로의 방이 잘 보이는 위치라 엘리오는 올리버의 일상을 엿보게 된다.  미남인 올리버는 마을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는데 밤늦게까지 놀기도 한다. 서로에게 어색하던 두 남자는 책과 역사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강에서 수영도 하면서 가까워진다. 뜨거운 한낮의 태양아래서 얇은  복장과 수영복으로 서로의 몸을 살짝 스치듯 지나치면서 잠시 얽히는 시선과 짧은 침묵이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숨긴다.

둘은 첫키스를 하고 난 후 육체적으로도 사랑을 나눈다. 사랑의 희열에 들뜬  엘리오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으며 올리버의 애정을 갈구하고, 올리버는 일부러 거리를 두려하지만 엘리오에 대한 감정을 멈추지 못한다. 그동안 펄먼과 올리버는 강에서 고대 조각품을 인양하고 논문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친다.

여름이 끝나가고 올리버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들과 올리버의 사랑을 눈치 챈 펄먼은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함께 있게 해주려고 ‘베르가모’로 짧은 여행을 보낸다. 둘은 고풍스러운 옛도시에서 자유롭게 사랑하고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올리버는 엘리오의 이름으로 자기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둘이 하나임을 확인한다.  세월이 흐르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 엘리오는 올리버의 전화를 받는다.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올리버는 자신의 이름으로 엘리오를 부른다.

‘안드레 이시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아이 엠 러브’와 ‘어 비거 스플래쉬’를 만든 이태리 감독 ‘루카 과다니노’의 작품이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주제가상(” Mystery of Love”) 후보에 올랐고 노장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색상을 수상했다.

두 주인공이 남자라는 것이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누구나 열병처럼 앓았던 첫사랑에 대한 희열과 아련한 추억이 생각난다. 나른하고 고즈넉한 이태리 시골의 풍광이 곱다. 원작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복숭아 신도 감독과 배우들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기로 수긍이 간다. 아들의 성장통과 사랑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아버지 펄먼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