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메디테이션 파크 (Meditation Park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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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2017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캐나다 영화를 소개한다.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어머니와 자식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리아’와 ‘빙’ 부부는 자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40년전, 홍콩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왔다. 가장인 빙은 잡일 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차이나타운에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회계사이다.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수다를 들어주면서 성실하게 일해서 자리를 잡았다. 마리아는 전업주부로 남매를 키우며 평생 살림만 했다. 딸 ‘에바’는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 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정신없이 살고 있다. 아들 ‘찰리’는 남편과의 불화로 10년째 연을 끊고 지낸다. 자동차 운전도 못하는 마리아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타서 쓰고 영어도 서툴다.

남편의 65세 생일 저녁,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딸과 사위와 손주들이 와서 축하한다. 빙은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자신이 40년간 얼마나 수고했는 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에바는 마리아에게 남동생 찰리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참석할 것을 권한다. 마리아는 가고싶지만 남편이 반대할 것을 알고 주저한다. 마리아는 평생 권위적인 남편에게 의존하여 수동적으로 살았다.

마리아는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서 여자의 레이스 속옷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시치미 떼는 남편의 뒤를 캐려고 하지만 수중에 돈 한푼 없자 일단 돈을 벌 생각을 한다.

딸의 도움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지만 영어도 못하는 60세 동양인 여자가 할 일은 없다. 마리아는 동네에 서 불법으로 주차 공간을 대여하고 돈을 버는 세명의 중국 여자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길거리 호객을 하면서 돈을 모은다.

마리아 또래의 ‘메이’와 ‘아니타’ 그리고 마리아보다 영어를 못하는 ‘수’와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 주차 경쟁자인 백인 남자 ‘가브리엘’과도 그의 아내가 말기 암인 것을 알고 위로하면서 친해진다. 돈이 모이자 마리아는 택시를 타고 남편의 뒤를 밟고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밀회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마리아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배우고 매일 그여자의 행적을 살핀다. 남편이 갑자기 도쿄로 전근을 간다고 선포한다. 애인과 도쿄로 떠날 생각을 하는 남편을 마리아는 괴롭지만 그저 놔둔다. 매일 자신을 살펴보는 마리아의 정체를 알게 된 여자는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남편이 그 이후 의욕 상실이 되자 마리아는 여자를 찾아가 남편을 다시 받아 달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마리아에게 관계가 이미 끝났음을 알린다.  마리아는 주차 친구들과 아내를 사별한 가브리엘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며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한다.  마침내 마리아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선다.

평생 주부였던 수줍고 평범한 마리아는 마치 우리 어머니, 이모의 모습이다.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뒤늦게 자전거를 배우고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귀며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소품이지만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있다. 딸 에바로 나오는 한인 배우 ‘샌드라 오’와 마리아, 빙의 연기 앙상블이 섬세하고 뛰어나다. 아시안 이민자로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