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The Help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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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1960 년대 미시시피주 잭슨. 대학을 마친 ‘유지니아 스키터’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작가의 꿈을 가진 그녀는 신문사에 취직을 하고 주부들을 위한 청소 칼럼을 쓰게 된다.

청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는 스키터는 친구 ‘엘리자베스’의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인종 차별이 심하던 당시의 남부 지방은 흑인 가정부들이 청소, 요리, 세탁, 아이들 키우는 것을 전부 도맡아 했다. 스키터는 자기를 키워준 가정부 ‘컨스탄틴’이 집에 없는 것이 이상하다.  고향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다. 그녀들은 살림은 모두 흑인 가정부에게 맡기고, 낮에 모여서 브릿지 게임을 하거나 허울좋은 자선 행사를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리더가  ‘힐리’이다. 힐리는 교양있는 숙녀처럼 행동하지만, 흑인들을 멸시하고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한다. 흑인 고용인들은 따로 집 밖에 마련된 화장실을 써야 된다는 위생 법안을 주에 상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스키터는 온갖 모욕과 낮은 임금에도 묵묵히 일하는 흑인 가정부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흑인들이 당하는 차별이나 제도의 부당함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 불법이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하는 시대여서, 에이블린은 스키터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에이블린은  지금까지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양육했고  24살 난 외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가정부였고 그녀의 할머니는 노예였다.

에이블린의 친구 ‘미니’도 인터뷰를 한다. 요리를 잘하고 성깔있는 미니는 힐리의 가정부였는데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지금은 마을에 이사 온지 얼마 안되는 ‘셀리아’의 가정부로 일한다. 셀리아는 예쁘고 착하지만 마을 여자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미니는 살림에 젬병인 셀리아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얘기를 들어 준다.

스키터는 에이블린과 미니를 인터뷰한 원고를 뉴욕 출판사에 보낸다. 편집장은 출판을 하려면  적어도 흑인 가정부  12명의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위험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힐리의 가정부가 경찰에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 밤 에이블린의 집에 마을의 가정부들이 전부 모인다. 당하기만 하던 그들이 마침내 함께 목소리를 내기로 한다. 스키터는 그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한다.

한편 셀리아는 네 번째 유산을 하고 미니는 그녀를 정성껏 돌보고 위로한다.

마침내 “The Help” 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고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지명과 사람 이름을 바꾸었지만 주민들은 책속의 인물들이 누구인지 짐작한다. 고상한 척 하던 힐리의 치부도 고스란히 세상에 드러난다.  29년을 봉사한 가정부 컨스탄틴을 체면때문에 해고한 스키터의 엄마는 뒤늦게 후회한다. 에이블린과 미니는 흑인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스키터는 책으로 생긴 수입을 공평하게 나누어서 에이블린과 미니에게 전한다. 미니는 용기를 내서 아이들을 데리고 때리는 남편을 떠난다. 엘리자베스는 격노한 힐리의 강요로 에이블린을 해고한다. 에이블린은 미래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케서린 스토킷’ 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60년 대 미국 남부의 생활상이 흥미롭다.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백인 가정을 돌보는 흑인 가정부들의 고단한 삶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영화 내내 그들의 마음과 눈이 되어서 함께 슬퍼하고 웃고 분노한다.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과거의 심각한  영화들과는 달리, 여자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부드럽고 섬세하고 조용한 설득력이 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꿈을 쫒는 스키터와 가정부외에는 다른 꿈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에이블린.  비주류인 두 여자가 함께 손을 잡고 놀라운 일을  해낸다. 성질 급하고 바른 말하는 것 때문에 무수히 해고당한 미니가  왕따인 백인 셀리아를 돌보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코믹하고 따뜻하다.  남부 특유의 밝고 유쾌한 색조의 풍광, 화려한 복고풍의 의상과 머리 스타일, 아름답고 낭만적인 촬영이 훌륭하다.  우리 귀에 익은 쟈니 캐쉬, 밥 딜런, 레이 챨스등의 노래들이  나온다. 웃기고 감동적이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