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셰프 (Chef, 2014)

376

 

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

 

맛있는 음식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식도락가들은 절대 우울증에 걸릴 수가 없습니다. 음식을 즐겁게 먹고 감탄하고 또 새로운 요리를 맛보는 데 열심인 사람들은 슬픔과 절망속에서도 금방 빠져나옵니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대머리에 배가 나왔어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자를 기쁘게 합니다. 그가 만든 맛있는 음식으로.

‘칼’은 LA의 고급 식당 셰프입니다. 한때는 음식 비평가들 사이에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셰프라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쳐나지만, 고지식한 사장은 예전 메뉴 그대로를 고집합니다. 몇 년째 같은 메뉴로도 식당은 호황이고 사장은 칼의 새로운 시도를 번번이 거절합니다.

유명한 음식 비평가 ‘램지’가 칼의 요리를 먹기 위해 식당을 방문합니다. 칼은 자신이 새롭게 완성한 요리를 내놓으려 하지만, 사장은  현재 메뉴에 나와있는 요리를 명령합니다. 실갱이 끝에 같은 요리가 나가고 램지는 최악의 비평을 올립니다. 요리에 대한 악평 뿐 아니라 자신의 외모까지 건드리자( 손님들이 남긴 요리를 해치우느라 배가 나왔다는) 칼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램지는 자신의 비평을 트위터에 올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문외한인 칼은 이혼한 전처와 사는 열살짜리 아들 ‘퍼시’에게 트위터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자신의 계정을 만듭니다. 그리고 램지의 악평에 대해 실컷 욕을 퍼부어 보냅니다. 하지만 실수로 공개 트윗을 눌러서, 순식간에 수천명의 팔로워가 생겨납니다. 램지와의 사이에 대대적인 선전포고가 되어버리고 사장은 노발대발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식당에 온 램지의 멱살을 잡고 시비하는 칼의 모습이 손님의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찍혀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해고된 칼에게 전처 ‘이네즈’가 아들을 데리고 사업차 마이애미에 가는 길에 동행을 부탁합니다. 이네즈는 이혼 후에  오히려 잘 나가는 데, 실업자인 칼은 아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마이애미에서 이네즈는 칼에게 푸드 트럭으로 다시 시작해 보라고 격려합니다. 칼은 폐차 직전의 낡은 트럭을 구해서 아들과 함께 푸드 트럭으로 개조하고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식당에서 같이 근무했던 라틴계 요리사 ‘마틴’이 소식을 듣고 합류합니다. 세심한 준비끝에 문을 연 푸드 트럭은 맛과 가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순조로운 출발을 합니다.

칼과 마틴, 퍼시는 트럭에서 먹고 자면서 마이애미를 출발해서 뉴올리언스와  오스틴을 거쳐 가며 샌드위치를 만들어 팝니다. 스마트 기기의 달인 퍼시는 푸드 트럭의 일정을 트위터에 띄우고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 길게 줄을 선 손님들 사진을 수시로 페이스북에 올려서 가는 곳마다 대박을 칩니다.

칼은 아들 퍼시도 요리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 흐뭇합니다. 칼질과 불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함께 장을 보고, 퍼시가 가 보고 싶어했던 뉴올리언스에 가서 유명한 튀김 과자도 먹습니다. 트럭은 성공적인 여정 끝에 다시 LA에 도착합니다. 아들을 데려다 주면서 칼은 재기의 희망을 가집니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배우 ‘존 파브로’가 각본, 감독까지 맡은 재치있는 독립 영화입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웃기고 맛있고 재미있습니다.  LA에서 푸드 트럭으로 성공한 한인 ‘로이 최’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요리는 배우가 실제로 재료를 다듬고 전 과정을 거쳐 요리를 했습니다. 주로 탐스러운 고기요리가 많이 나오는데, 채식주의자도 유혹을 느낄만큼 먹음직 스럽습니다. 저예산 영화지만 캐스팅도 화려합니다.

관록의 ‘더스틴 호프만’이 고집불통 식당 사장을 노련하게 연기하고 콜롬비아 출신의 이국적인 ‘소피아 베르가라’는 좌절한 칼의 재기를 돕는 전부인으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바람둥이 사업가로 나와 배꼽잡게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 능숙한 요즘 아이 퍼시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아빠의 사업을 돕는 설정이 참신하고 설득력 있습니다. 램지와 칼이 트위터로 피터지게 싸우는데, 새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표현한 기발함도 웃음이 납니다. 보면서 유쾌하고 따뜻하고 끝나고 기분좋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