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완벽한 타인(Nothing to Hid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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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우리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있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즉시 답을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핸드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언제라도 사람들과 연결이 되지만 전보다 더 외롭다. 부부나 연인, 부모와 자식은 어쩌면 서로를 가장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다. 핸드폰만이 우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알고있다. 서늘하고 괴이한 세상이다.

프랑스 파리. 성형외과 의사 ‘뱅쌍’과 정신과 의사 ‘마리’부부의 고급 아파트. 뱅쌍이 요리를 하고 마리는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부부의 십대 외동딸 ‘마고’는 옷차림때문에 마리와 언쟁을 하고 나간다. 저녁 시간이 되자 부부의 오랜 친구들이 도착한다.

먼저 ‘샬롯’과 ‘마르코’ 부부. 워킹맘 샬롯은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키워주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효자인 마르코는 무뚝뚝하고 권위적이다. 부부 사이에 대화도 별로 없다.

이어서 ‘토마스’와 ‘레아’ 부부가 도착한다. 아직 신혼인 토마스 부부는 아무 때나 뜨거운 애정 표현을 하고 행복함을 뚝뚝 흘린다.

마지막으로 이혼남 ‘벤’이 혼자 온다. 벤의 새애인을 기다리던 친구들은 실망하고, 벤은 그녀가 갑작스런 복통으로 못 온다고 해명한다. 그날 밤 개기 월식이 일어나고 벤은 단체 사진을 찍자고 조른다. 음식과 와인을 나누던 친구들은, 각자의 핸드폰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그때부터 걸려오는 통화나 이메일,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를 전부 공개하는 게임을 하기로 한다.

 

마리가 게임을 제안하고 샬롯과 레아는 순순히 동조한다. 남자들은 사생활이라며 펄쩍 뛰다가 숨기는 게 있느냐는 여자들의 압력에 굴복한다. 저녁마다 아는 여자가 보내는 음란 사진을 받던 마르코는 벤을 불러내서 자신의 전화기와 벤의 전화기를 교환하자는 부탁을 한다. 벤은 마지못해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와 이메일, 페이스북 메시지가 속속들이 도착한다. 일곱명은 서로가 잘 안다고 믿었던 배우자, 친구들의 전혀 다른 실체를 알게 되면서 충격과 혼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어쩔 수없이 밝혀지는 자신의 민낯 앞에서는 외로움과 후회를 토로한다. 마고가 뱅쌍에게 전화해서 남자친구에 대해 고백하자, 아버지로서 따뜻하고 현명하게 딸을 대하는  남편을 보고 마리는 눈물을 흘린다.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한 게임은 숨겨왔던 비밀과 허물들이 드러나면서, 각자 감정을 폭발하고 화내고 변명하다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벤이 기묘한 월식 을 배경으로 찍은 일곱 친구들의 사진이 쓸쓸하고도 웃음이 난다.

2016년 이태리 영화 “Perfect Strangers”의 프랑스판이다. 오리지널은 영화제를 휩쓸고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를 만들 정도로 대히트를 했다. 한국에서는 “완벽한 타인”이란 제목으로 현재 절찬 상영중이다. 영화를 보고, 핸드폰의 모든 문자와 기록들을 수시로 삭제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별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사는 걸까. 프랑스 영화 특유의 절제된 대화와 은근한 긴장, 와인과 치즈의 맛있는식탁, 세련된 음악,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들이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조화롭다. 와인 마시면서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