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우리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Love Is Strange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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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선댄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평론가와 관객들의 호평과 지지를 동시에 받은 소품이 있다. 몇 년 전에 인상깊게 본 프랑스 영화 “아무르”(Amour)를 생각나게 하는데, 그보다는 덜 무겁고 비극적이다. 아무르는 평생을 해로한 아내가 뇌졸증을 일으켜 몸을 못 쓰게 되자, 늙은 남편이 수발을 들면서 겪는 일상을, 잔인할 정도로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이 영화도 사랑과 인생, 나이먹음에 관한 사실적이고 사색적인 서사이다.

‘벤’과 ‘죠지’는 39년을 함께 한 게이 커플이다. 71세인 벤은 은퇴한 화가이고, 60대 후반인 벤은 카톨릭학교의 음악 선생이다. 둘은 맨하탄의 아담한 아파트에서 평화롭고 만족스런 삶을 살았다.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자, 두 사람은 친척과 친구들 앞에서 결혼을 하고 정식 부부가 된다. 둘이 커플인 것은 주변이 다 알고 있었지만, 법적인 부부는 문제를 일으킨다. 죠지는 오랫동안 근무한 학교에서 해고당한다. 본인이 신실한 크리스챤이지만 카톨릭 학교의 규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둘은 살던 아파트를 팔고 싼 거처를 구해야할 처지가 된다. 두사람을 지지하던 조카와 친구들이 도움을 준다. 벤은 조카 ‘엘리엇’네 집으로, 죠지는 아래층에 사는  젊은 경관 ‘테드’네서 신세를 지기로 한다. 엘리엇의 작가 아내 ‘케이트’는 시삼촌 벤에게 상냥하지만, 자꾸 말을 시키는 벤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엘리엇의 십대 아들 ‘조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2층 침대에서 자는 벤을 노골적으로 불편해 한다. 벤은 본의 아닌 불청객 신세로 마음 둘 데가 없다.

죠지도 처지가 딱하다. 집주인 테드는 자주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 조용히 책읽기를 좋아하는 벤은 도무지 쉴 수가 없다. 무엇보다 39년을 함께 했던 벤과 죠지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  죠지가 한 밤중에 엘리엇의 집에 찾아 와, 벤의 품에 안겨 흐느끼는 장면은 가슴이 아프다. 뉴욕시 주택 정책의  불공정함도 보여준다. 벤과 죠지는  나이 든 부부들을 위한 시립아파트를 얻을 수 없다. 벤과 죠지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공간에 끼어 든 두 노인네와의 생활이 점점 힘들어 진다. 벤이 넘어져 팔이 부러지게 된 후는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 벤이 옥상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죠지가 학생에게 렛슨을 시키면서, 쇼팽의 피아노곡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데 아름답고 쓸쓸하다.  ‘죤 리스고우’의 벤과 ‘알프레드 몰리나’의 죠지는 연륜과 고뇌가 묻어있는 섬세한 연기로 감동을 준다. 다채롭고 사실적인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나무랄 데 없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늙은 부모와 또한 나이 먹어가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