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피날레 작전(Operation Final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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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역사적인 소재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감정 이입이 잘된다.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라 이해가 빠르고 관객 동원도 수월하다. 물론 잘 쓴 각본과 배우들의 열연, 뛰어난 촬영등이 필수다. 결말을 아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말살 작전 “최종 해결(Final Solution )”을 지휘한 나치 고위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 을 생포해서 이스라엘 법정에 세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요원들의 활약에 관한 영화가 그렇다. 비슷한 주제의 “The Debt”나  “뮌헨 (Munich)”, 테헤란 미대사관 인질 구출을 다룬 “아르고(Argo)” 에 비하면 긴장과 극적인 반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신 사실을 충실히 따라간 스토리 전개와 두 주인공의 끈질긴 심리전이 탁월하다.

1954년 오스트리아. 모사드요원 ‘피터 말린’과 대원들은 ‘아이히만’으로 추정되는 독일인 집을 급습한다. 피터가 그의 신분을 확인하는 사이 동료가 남자를 사살한다. 하지만 죽은 자는 아이히만이 아니다. 아이히만은 가족들과

아르헨티나로 도망가서 신분을 숨긴 채 살고있다.

1961년,아르헨티나의 유태인 처녀 ‘실비아’는 독일인 청년 ‘클라우스’와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그가 아이히만의 아들임을 눈치채고 바로 모사드에 알린다. 이스라엘 모사드 본부에서는  그를 죽일 것인지, 납치해서 데려와 재판을 받게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법정에 세우기로 결정하고 피터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아르헨티나로 파견한다. 아이히만 암살 실패와 나치에게 잔혹하게 학살된 누나와 조카들의 망령으로 괴로워하던 피터는,

전 연인인 마취과 의사 ‘한나’를 설득해 합류시킨다. 한나 역시 자신의 실수로 작전이 실패했던 전력이 있어 처음에는 주저한다.

대원들은 아르헨티나에 도착, 교외 은신처에 지내면서 아이히만의 동태를 관찰한다. 아이히만은 이름을 바꾸고 아르헨티나 시민이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그를 퇴근 길에 납치해서 은신처에 감금한다. 여기서부터 대원들과 아이히만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아이히만을 공군기에 태워 아르헨티나를 떠나기 위해서는, 그가 자발적으로 재판을 받겠다는 서류에 서명을 해야만 한다. 모든 대원들은 아이히만이 지휘한 유태인 살상으로 가족의 누군가를 잃었다. 가슴 속에 그에 대한 증오로 꽉 차있다. 아이히만을 설득해서 서류에 서명케 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조해지는 쪽은 모사드 요원들이고, 여우같은 아이히만은 자신은 단지 나라의 명령을 시행했을 뿐 이라면서 당당하다. 피터는 아이히만의 감정과 이성을 모두 공략한다. 그 사이 클라우스와 아르헨티나 내의 나치추종자들이 경찰력을 동원해서 아이히만을 찾아다닌다. 요원들 간에도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시간이 촉박해졌을 때, 아이히만의 자존심과 부성애를 끈질기게 건드린 피터는 드디어 그의 서명을 받는다. 이스라엘로 송치된 아이히만은 전 세계로 중계된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선 굵은 배우 ‘오스카 아이작’이 원수를 눈 앞에 두고 갈등하며 설득하는 피터를 힘있게 연기한다. ‘벤 킹슬리’의 뻔뻔하고 대담한 아이히만은 묘한 설득력과 분노를 동시에 유발한다.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 대결이 볼 만하다. 영화 시작과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유태인 학살 장면은 여전히 충격적이고 불편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히만을 찾아내 법정에 세운 이스라엘이 대단하다. 일제 침략과 그들의 만행도 독일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우리나라는 해방 후 일본인 전범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