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6층에 사는 여자들 (The Women on the 6th Floo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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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다. 눈에 뭐가 씌웠었다. 그 바람에 철도 들기 전 엄마가 되었다. 딸은 자식이라기 보다 내 온갖 얘기를

다 들어주는 동무였다. 딸이 사춘기때 지독히도 싸웠다. 싸우고는 함께 영화를 봤다. 자주 못만나는 딸과 최근에 빌려다 본 유쾌한 프랑스 영화가 있다.

1960년대 파리. 중년의 부유한 주식 중개인 ‘쟝 루이’는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우아하고 허영심많은 아내 ‘수잔’과 단조로운 삶을 산다. 수잔은 사교계의 모임에만 열심이고 집안일은 전부 가정부가 한다. 두 아들은 기숙 학교에 보냈다. 오랫동안 일하며 가족같던 늙은 가정부는,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모든 일을 자기 방식대로 처리하는 수잔의 독재에 반기를 든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쟝 루이가 아내의 편을 들자 일을 그만둔다. 가정부 없이 한시도 살 수없는 집안은 순식간에 마비가 된다. 수잔은 사교계 여자들의 충고를 따라 고집 센 프랑스인 가정부 대신, 일 잘하고 불평 안하는 스페인 가정부를 구한다. 한편,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에서 일하는 스페인 가정부 ‘콘셉시온’의 조카 ‘마리아’가 파리에 온다. 활달하고 솜씨 좋은 마리아는 까다로운 수잔의 눈에 들어 채용된다.  마리아는 스페인 출신 가정부들과 아파트 빌딩  6층에서 생활한다. 지붕 바로 아래인 6층은 욕실도 없고 화장실과 세면대도 한 개뿐이다. 가정부로 일하면서 번 돈을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여자들은, 고단한 환경에서도 낙천적인 성격으로, 웃고 수다떨고 모여서 음식을 나눈다.

고지식하고 소심한 쟝 루이는 마리아의 밝고 솔직한 성품에 점차 호감을 갖는다. 마리아를 따라  6층에 올라 간 쟝 루이는 스페인 가정부들과  만난다. 힘든 일과를 끝내고, 왁자지껄 떠들며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그녀들의 열정과 생명력에 감탄한다. 빌딩 주인으로서  6층의 열악한 상태를 몰랐던 쟝 루이는, 고장난 곳을 고쳐주고 낡은 시설은 새것으로 바꿔 준다. 곤경에 처한 가정부들을 도와주면서 그녀들과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부부 싸움을 하게 된 쟝 루이가 6층으로 거처를 옮긴다. 가정부들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저녁이면 그녀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함께 즐긴다. 삭막했던 쟝 루이의 일상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마리아에 대한 애정도 커져간다. 콘셉시온은 마리아의 마음을 눈치채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한다. 마리아가 스페인으로 떠나고, 쟝 루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잘나가는 회사를 파트너에게 넘기고 수잔과 헤어진다. 일 년후, 쟝 루이는 스페인의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빨래를 널던 마리아가 그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재치있고 밝고 따뜻한 영화이다. 박제 인간처럼 살던 1층 주인 남자가, 정열의 나라에서 건너 온 6층의 가정부들을 만나면서, 피가 돌고 심장이 뛴다. 여자들은 허드렛 일을 하면서도 노래 부르고 , 하나뿐인 화장실 변기가 막혀도 불평않고 1층까지 내려간다. 부자지만 행복하지 않던 남자가 가난하지만 삶을 축제처럼 즐기는 여자들 덕분에 변해간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고, 실제 스페인 여배우들의 서투르고 수다스러운 불어 연기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60년대의 고풍스러운 파리 풍경이 낭만적이고  당시 상류 가정들의 생활상도 흥미롭다.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