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을 한다.(Never Let Me Go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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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가상의  1952년,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100살을 넘어 살 수있게 된다.  1978년 영국,

아름다운 전원에 ‘해일셤’기숙학교가 있다. 이곳에는 특별한 아이들이 세상과 격리된 채 생활한다. 그 아이들은 전부 장기 기증을 목적으로 세상에 태어난 클론(복제인간)이다.  그들은 기숙학교 선생들의 철저한 통제속에 균형잡힌 식사와 운동,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이들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건강하게 자라서 몸이 어른이 되면 자신들의 본체에게 필요한 장기들을 떼어주고 소멸하는 것이다. 학생들 가운데 토미, 캐티, 루스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다. 사려깊고 총명한 캐티는 섬세하고 예술가적인 토미를 좋아한다.  토미도 캐티에게 마음이 끌린다. 자존심이 강한 루스는  둘 사이를 질투해서 먼저 토미에게 고백하고 연인 사이로 발전시킨다.

세월이 흘러 틴에이저로 성장한 세 사람은 학교를 떠나서 그들을 위해 마련된 시골의 농가에서 살게 된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학교 밖의 세상을 접하게 되고 다른 학교 출신의  클론들도 만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다. 손목에 내장된 칩으로 출입이 체크되고 자신들의 장기를 다 떼어줄 때까지 주어진 시간을 살아간다. 토미와 루스는 육체적으로도 관계를 가진다. 토미는 캐티를 사랑하지만 소심한 탓에 루스를 끊지 못하고, 여전히 토미를 사랑하는 캐티는 간병인을 자원해서 농가를 떠난다.  클론들은 보통 세 번의  장기 기증을 하게 된다. 허약한 클론은 한 번의 기증도 견뎌내지 못하고, 때로는 네 번을  기증하고도 살아남는 경우도 있다.  장기를 떼어 낼 때마다 점점 약해져서  결국은  수술대 위에서 삶을 마친다. 클론들에게는 ‘죽음’ 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완성(completion)’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태어난 목적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이식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거나 다음 수술을 기다리는 클론들을 돌보고 병상을 지켜주는 보호자 역할의 간병인은  그 댓가로 자신의  완성이 몇 년 미뤄진다.

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스물 여덟의 캐티는 간병인으로서 수 많은 클론들의 완성을 지켜 보았다.  그러다 병원에서 루스를 만난다. 두 번의 이식으로 몸이 쇠약해진 루스는  캐티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  토미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질투와 혼자 남겨질 두려움때문에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루스는 오래전에  헤어진 토미의 근황을 알려주고 두 사람의 재회를 도와준다.

또 기숙학교에서 돌던 소문을 알려준다.  서로 진실한 사랑을 하는 연인이 그 사랑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들의 완성을 몇 년간 미룰수 있다는 것. 루스는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의 그림, 시, 작품들을 수집했던  마담의 주소를  전해주면서 캐티와 토미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이식을 끝내고 완성이 된다. 캐티는 두 번의 이식을 견뎌 낸 토미를 만난다. 토미가 그린 그림들을 가지고 함께 마담을 찾아간다.  토미는 마담이 클론인 자신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이유가 진정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고 믿는다. 진실한 사랑이란 영혼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있는 것. 두 사람은 마담과 옛날 교장을 만난다. 교장은 그런  예외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아이들 작품을 모은 건 과연 복제 인간에게도 영혼이 있는 지가 궁금했을 뿐이란다. 마지막 희망이 무너졌어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캐티와는 달리 감성적인 토미는 절망으로 울부짖는다.  이렇게 온전한 영혼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토미는 세 번째 이식을 마치고 떠난다. 토미가 떠나고  캐티는  자신의 첫 번째 장기 이식 스케줄을  통보 받는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라는 제목은 토미가 캐티에게 선물한 노래에 나오는 가사이다. 가상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삶의 의미, 사랑, 예정된 운명, 그리고 생명 연장을 위해서 다른 생명을(비록 그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희생 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가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과 똑같은 영화 속 클론들은 주어진 운명에  순순히 따른다. 도살장으로 가는 소들도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비치는데, 영혼을 가진 이들은 마지막 수술대 위에서도  담담하다.  토미가 마취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기 전, 수술실 밖에서  작은 창문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캐티에게 작별의 미소를 짓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하다.  세 주인공의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가 서늘하게 가슴 아프고 수채화같은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도 훌륭하다. 가을에 어울리는  슬픈 러브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