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너를 오랫동안 사랑했어. (I’ve loved you so lon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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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줄리엣’은 15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막 출소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줄리엣을 여동생 ‘레아’가 자기 집으로 불러들인다.

감옥에 있는 15년간 어느 누구도 줄리엣을 면회 온 적이 없다.

다시 만난 자매는 서먹하고 어색하다. 천성이 따뜻하고 상냥한 레아는 진심으로 언니를 반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레아는 남편 과 말을 못하는 시아버지, 베트남에서 입양한 어린 두 딸과 함께 산다. 의사였던 줄리엣은 자신의 여섯살 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갔다. 당시 십대 소녀였던 레아는 충격과 수치심, 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살았다. 줄리엣이 합류한 레아의 가정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럽다. 레아의 큰 딸 ‘리스’는 어린 아이다운 호기심으로 처음 보는 이모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줄리엣은 동생 식구들에게 거리를 둔다. 레아는 15년전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레아 부부의 친구들은 기품있는 외모에 말이 없는 줄리엣에게 관심을 가진다. 줄리엣의  과거를 캐물어서 레아를 안절부절하게 만들지만 줄리엣은 별로 감출 생각도 없다.  레아의 직장 동료 ‘미셸’은 줄리엣이 신경 쓰인다. 미셸은 줄리엣의 과거가 아직도 그녀를 속박하고 있음을 안다. 미셸은 해박한 지식과 유머로 줄리엣의 친구가 되어준다. 줄리엣은 2주마다 보호감찰관을 만나 신상 보고를 한다. 세상에 적응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살인죄로 15년 복역한 기록때문에 단순한 사무직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들을 죽인 처형이 내심 불편했던 레아의 남편은 딸들이 진심으로 이모를 따르는 것을 보면서 경계심을 푼다. 줄리엣은 병원의 임시직을 거쳐 정규 직원이 된다. 아파트도 구하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 레아는 줄리엣이 감춰 둔 낡은 종이 쪽지와 사진을 발견한다. 줄리엣의 아들이 죽기 직전 쓴 시와 사진이다.

엄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절절하다. 질병에 관한 검사 결과 종이도 있다. 죽은 조카에 관한 것임을 알고 친구 의사에게 판독을 부탁한다. 15년전 비극의 진실을 밝힐 때가 왔다.

줄리엣의 아들은 불치병으로 극심한 통증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의사인 줄리엣은 검사 결과를 보고 희망이 없음을 깨닫는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아들에게 독극물을 주사해서 안락사를 시킨다. 법정에서 줄리엣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15년 동안 삶의 시계를 멈췄던 여자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영국 배우 “크리스틴 스캇 토머스”가 프랑스 영화에서 고독하고 섬세 하게 줄리엣을 연기한다. 상처와 죄책감으로 세상과 절연한 줄리엣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적응해 가는 과정이 차분하고 힘있게 펼쳐진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잔잔한 심리 묘사와  절제되고 아름다운 화면이 관객의 몰입과 공감을 일으킨다. 마지막 줄리엣의 대사는 모든 엄마들의 심정을 처절하게 대변한다.

“세상 최악의 감옥은 ‘자식의  죽음’이야. 절대로 빠져 나올 수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