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대머리 미용사 (Love Is All You Need 2012 )

355

조이 김

(영화칼럼니스트/시카고)

 

불행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구름 뒤에 숨어있는 해가 쨍하고 뜨는 날이 온다.

덴마크 코펜하겐. 친구와 미용실을 경영하는 ‘이다’는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했다. 병원에서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 ‘레이프’가 직장의 젊은 여자 동료와 육체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충격으로 말문이 막힌 이다에게 남편은 자신도 힘들다면서 집을 나간다. 이다는 남편에게 버림 받고도  절망하지 않는다. 외동딸 ‘아스트리드’가 이태리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있다. 이다는 공항 주차장에서 비싼 고급차를 들이받는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데 차주인 남자는 마구 화를 내고 난리를 친다. 그 와중에 이다의 가발이 벗겨져서 대머리가 드러나고 이다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불운을 한탄한다. 이다의 사연을 듣던 남자는  눈앞의 한심한 중년 여자가 자기 아들 ‘패트릭’의 미래 장모될 사람임을 알게된다.

신부의 엄마 이다와 신랑의 아버지 필립은 자동차 접촉 사고로 첫대면을 했다. 둘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이태리 남부 쏘렌토에 도착한다. 영국인 필립은 쏘렌토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멋진 별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오랫동안 비워두었다.  패트릭과 아스트리드는 마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별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이다는 자신의 불행을 잠시 미뤄두고 딸의  결혼 준비를 도우며 즐겁게 지낸다.  결혼식 하객들도 속속 도착한다. 집 나간 남편 레이프가 애인을 데리고 나타난다. 아스트리드는 펄펄 뛰지만 정작 이다는 딸을 달래고 두사람을 받아들인다. 필립은 절망 속에서도 의연하고 명랑한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자신은 아내를 잃고 세상을 원망한 채 일에 파묻혀 살다가 까다롭고 성마른 중년 남자가 되었다.

필립은  가발을 벗은 대머리에 한쪽 유방을 도려낸 맨몸으로 바다에서 수영하는 이다를 보고 생명력과 용기에 감동한다. 그 사이 양쪽 친척, 친구들이 모여들면서 크고 작은 시비와 오해, 잡다한 사건들로 시끄러운 날들이 계속된다.

결혼식 아침, 한껏 차려입은 하객들 앞에서 신랑 신부는 결혼을 취소한다. 한바탕 난리를 치루고 이다는 딸과 돌아간다. 필립은 사실은 게이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리해서 아스트리드와 결혼하려 했던 사실을 알게된다. 필립은 아버지 역할에 충실하지 못 했던 것을 사과하고 아들과 화해한다.

이다는 병원으로부터 재검사 결과 통지서를 받자 가발을 벗고  쏘렌토의 필립을 찾아간다. 필립에게 대신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필립은 통지서를 읽으며 이다에게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자고 청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녀의 로맨스에 개성있고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낙천적인  이다의 자아 발견 여행기. 그녀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순수한 감성은 목석같은 필립을 변화시킨다. 푸른 하늘과 보석같은 지중해, 밝은 빛깔의 주택들이 어우러진 쏘렌토의 풍경은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황홀하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패트릭과 아스트리드는 싱그럽고 이다와 필립은 코믹하고 연륜이 느껴진다. 진부한 주제이지만 세련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재미있고 유쾌하다. 007배우 ‘피어스 브로스난’이 주름진 얼굴로 나이먹은 필립을 우아하게 연기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쏘렌토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