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 세상]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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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브런치를 먹고 낮에 영화를 본다.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로 가득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다. 어두운 공포영화를 피카소나 마티스의 그림처럼 유려하고 환상적 으로 만들어 내는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신작을 봤다. 올 한 해 동안 본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미국과 러시아 간 냉전 시기인 1960년대 초, 볼티모어.

극장 위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엘리사’는  정부 항공 연구소의 야간 청소부이다. 아기였을 때 강가에 버려져서 고아로 자랐다. 목을 칼에 베인  상처로 말을 못하고 수화로 소통한다. 같은 층 아파트에 사는 게이 화가 ‘가일스’와 흑인 청소부 ‘젤다’가 엘리사의 유일한 친구이다. 어느 날 연구소에 물탱크에 담겨진 이상한 물체가 도착한다.  ‘자산’으로 불리는 이 물체는 잔인하고 괴팍한 ‘스트릭랜드’대령이 남아프리카 강에서 포획한 물고기 비슷한 양서류 인간 남자. 연구실을 청소하던 엘리사는 쇠사슬에 묶여있는 수조 안의 기괴한 생명체에게 매혹된다.  호기심과 연민으로 조심스레 바라보다가 삶은 달걀을 건네고 수화를 가르친다. 쉬는 시간에는 턴테이블을 숨겨 와서 함께 음악을 들으며 가까워진다. 스트릭랜드는 양서류 인간을  생체 해부해서 신체 구조를 연구, 우주 탐험때 러시아보다 앞설 수 있게 공을 세우려고 한다. 연구실 스탭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양서류 인간이 의사 소통이 가능한 지적인 생명체임을 알고 살려두자고 주장한다. 호프스테틀러는 러시아 스파이인데 그의 상관은 미국의 연구를 막기 위해 양서류 남자를 죽이라고 명하지만 과학자의 양심으로 주저한다.

스트릭랜드의 계획을 엿들은 엘리사는 가일스와 젤다를 설득해 양서류 남자를 자기 아파트로 빼돌린다. 호프스테틀러는 양서류 남자의 생명을 지속시킬 보조제를 주면서 몰래 돕는다.  연구소가 발칵 뒤집히고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포획물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엘리사는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서 비늘에 덮힌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 함께 한 며칠동안 둘은 영혼과 육신의 진정한 소통과 사랑을 느낀다. 양서류 남자가 점차 쇠약해져 가자 엘리사는 그를 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비가 쏟아지는 밤, 남자를 항구로 데려가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는데 스트릭랜드가

들이닥쳐 둘을 총으로 쏜다.  남자는 스티릭랜드를 맨손으로 쓰러트리고 피흘리며 죽어있는 엘리사를 안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깊은 물속, 남자가 엘리사에게 입을 맞춘다. 엘레사의 양쪽 목에 난 상처가 벌어지면서 지느러미처럼 움직이고 엘리사가 호흡을 한다. 꿈처럼 몽롱하고 동화처럼 순수하고 첩보전같은 스릴과 가슴저린 사랑이 모두 있는 영화이다. 아련한 시선과 손짓만으로도 고독하고 열정적인 엘리사,  온 몸이 비늘로 덮힌 채 대사도 없이 표현하고 교감하는 남자의 우아하고 날렵한 몸,  인정많은 예술가 가일스, 수다스럽고 의리있는  젤다, 광적이고 위협적인 스트릭랜드. 등장인물 모두가 훌륭하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음악. 낭만적이고  다정하고 신나고 가슴 뛴다.  초록색과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화면과  옛날 극장, 통근 버스, 줄기차게 내리는 밤비등 아름답고 서정적인 촬영이 일품이다. 물속에 잠긴 침실에서 잠자는 엘리사를 보여주는 오프닝과 깊고 고요한 바다 속 인간 여자를 포옹하는 양서류 남자의 엔딩은 절묘하고 환상적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대상 수상작.